제15회 윤석중 문학상 심사소감

 2005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해오던 윤석중문학상이 2017년 이후 격년제로 바뀌고 2021년 코로나 와중에 제14회를 마친 뒤 한동안 소식이 없자 아동문학계에서는 재정문제로 중단된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올해 9월, 4년 만에 제15회 윤석중문학상 공고가 나가자 격려와 기대감으로 반기면서 궁금증도 일었다. 제15회가 격년제로 2023년 시행되어야 했는데 거르게 된 이유에서였다. 그것은 그해에 어린이대공원(서울 광진구)에서 ‘윤석중 선생 흉상 제막식’을 거행했는데 그 행사로 ‘윤석중문학상 시상식’을 대체한 것이었다.
제15회 윤석중문학상은 4년 만에 시행하는 만큼 감회도 남달랐다. 그러다 보니 2021년 제14회 이후 4년간 출간된 작품집들이 모두 심사 대상이 되어서 추천된 작품집이 참 많았다. 따라서 이번 심사는 예심이 2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1차 예심에서 심사숙고하여 동시집 4종, 동화집 4종, 평론 1종으로 추렸고, 거기서 다시 2차 예심을 거쳐 최종 본심에 동시 2종, 동화 2종, 총 4종의 작품집을 올려놓았다. 본심위원들은 그 중 고심 끝에 제15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안나의 『들꽃처럼 별들처럼』을 선정했다.
『들꽃처럼 별들처럼』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김근태 화백의 삶을 이야기화한 장편 소년소설이다. ‘들꽃처럼 별꽃처럼’은 화가의 전시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곧 이 이야기는 죽었다 매장 직전에 깨어난 어린 시절에서부터 5․18 광주 시민군에 가담했다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비겁의 그림자가 트라우마로 남은 대학 시절, 그 뒤 그 트라우마를 떨쳐내기 위해 지적장애인과 함께하며 그들을 대상으로 그림 그리기에 심혈을 기울이기까지 한 화가의 굴곡진 삶 이야기가 주된 서사적 요체이다. 이 소년소설은 자신의 트라우마와 싸우며 약자 중에 가장 약자인 지적장애인과 어울려 사는 세상을 추구하고자 한 신념을 예술로 승화시켜나가는 한 화가의 일대기를 작가가 새로운 시각과 서정적 문체로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광주민주화운동’, ‘지적장애인’, ‘트라우마’ 등 어린이들이 친근하게 읽기에 부담이 되는 묵직한 제재를 담고 있지만, 주인공의 내면적 고통을 지적장애인과 생활하고 그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데 몰두하면서 스스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극복해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것은 자신의 상처를 감추거나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 드러내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며 눈물겹게 극복해내는 한 인물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점에 공감한 것이다. 또한 거기에 아내의 순수한 사랑과 헌신적인 내조가 내재해 있다는 데 감동을 더 주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들꽃처럼 별들처럼’ 잔잔하고 조용하면서도 약한 누군가에게 사랑과 용기를 베푸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어린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한 점이 돋보였다.
『들꽃처럼 별들처럼』은 어린이가 읽는 동화에 광주민주화운동이나 범상치 않은 주인공의 삶을 다루면서도 어떤 특정 이념이나 가치관으로 기울지 않고 순수한 동화적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가볍지 않은 현실의 이면을 적당한 무게감으로 흥미 있고도 가슴 뭉클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서사의 전개도 빠르고, 개성이 강한 특수한 인물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흡입력이 있고 구성도 탄탄한 작품이다. 다만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작가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창의적으로 그렸다고는 해도 전기성이 잠복해 있어 순 창작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약점이기도 했다. 그런 약점에도 작가 특유의 동화적 상상력, 뛰어난 환상 기법과 서정적 문체로 창작화하여 가슴 뭉쿨하게 이야기화했다는 점에서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선안나 작가의 제15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노원호 ․ 이규희 ․ 김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