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창이었을 때 예방접종을 한 뒤 밤새 앓았어요. 꿈인지 생시인지 새벽에 윤석중 선생님을 만났는데, 웃으며 마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얼른 “예”하고 대답했지요. 작은 공 몇 개를 공기놀이하듯 번갈아 던지다, 공을 하나씩 감추는 마술이었어요. 선생님을 따라하다 잠이 깼는데, 기쁜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딴 사람도 아닌 윤석중 선생님이 오셨네, 싶어서 말이지요. 윤석중 선생님과 개인적 인연은 깊지 않아요. 한두 번 뵌 적이 있는데, 소소한 농담을 유쾌하게 하시던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정도예요. 그런데 선생님이 지으신 동요들을 부르며 자라기도 했고,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소논문을 쓰느라 선생님의 삶과 작품을 폭넓게 살펴볼 기회가 있었어요. 윤석중 선생님이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주신 분인지 잘 알기에, 선생님께 감사하고 우러르는 마음을 늘 품고 있답니다. 윤석중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기쁨과 더불어 그 꿈이 떠올랐어요. 어린이였을 때 동요, 동시를 쓰기 시작하여, 돌아가실 때까지 오로지 아동 문학과 문화밖에 몰랐던 윤석중 선생님! 그 분이 꿈속에서도 가르쳐주려던 마술도, 바로 앞에 앉은 어린이를 즐겁게 해주는 놀이였어요. 아동문학인은 무엇보다 어린이를 항상 마음 첫 자리에 두어야 한다는 무의식의 조언이, 윤석중 선생님 모습으로 나타났던 건 아닐까요? 어린이밖에 몰랐고 어린이를 닮으셨던 윤석중 선생님의 정신을 새기며, 초심으로 돌아가 어린이에게 진정한 기쁨과 힘을 주는 동화를 창작하리라 다짐해봅니다. 고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