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구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

윤삼현 동화집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꽃』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동시와 동화를 고루 써온 윤삼현이 네 번째 동화집을 내놓았다. 아홉 편의 단편을 묶은 이번 작품집에서는 잘 짜여진 견고한 구성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의인화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대나무를 의인화하여 의병장 익호장군의 대장기로 활용하며 익호장군의 어린 시절부터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는 일에 앞장 섰던 이야기는 익호장군이 누군지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역적 누명을 쓰고 참담하게 눈을 감은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은 바탕에 깔려있는 역사의식까지 느끼게 될 게 분명하다. 대나무의 곧고 강함과 익호장군의 의로움은 아주 잘 어울린다.

<백년을 기다린 대나무꽃>을 통해 임진왜란을 이야기했다면 <소록도의 꽃바람>은 바람을 의인화하며 일제 강점기 때 소록도 세워진 ‘나병원’이야기이다. 나병원을 둘러싼 환자들 이야기지만 작가는 여기에도 역사의식을 바탕에 깔아 태극기와 일장기가 등장하고 ‘나라를 되찾은’ 이야기로 나병원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나병원 이야기는 단순한 나환자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역사의 그늘로 끌어안아야 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의 작품에도 우리 분단의 현실을 시적 판타지로 엮어놓은 <철마와 소녀> 버스를 의인화한 <시골버스 3001호>를 비롯하여 윤삼현의 이번 작품집은 <작가의 말>에 드러낸 ‘바람처럼 풋풋하고 소박한 오이 냄새로’ 독자들에게 다가가 다양한 울림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글 송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