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보자기를 풀어야 얻어지는 행복

홍다미는 싸움닭(송재찬)

따뜻한 감성과 유려한 문체로 폭넓은 독자층을 거느린 송재찬 선생님의 장편동화 <홍다미는 싸움닭>이 출간되었다.

입양아라는 남다른 꼬리표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두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동화가 주는 메시지는 사회적 울림이 크다.

평범한 아이였던 다미는 부모님의 이혼 과정을 통해 자신이 입양아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친부모에게서 버려진 자신이 양부모한테 또 다시 버려졌다는 사실은 슬픔을 넘어선 분노일 수밖에 없다.

다미가 입양되었다가 다시 버림받았다는 소문은 이내 학교에 스며들었고 다미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거친 아이로 변해갔다.

할머니의 보살핌에도 자기가 언제 또 버려질지 모른다는 다미의 불안감은 특히 남자애들한테 과격하게 표출되는데... 결국 ‘싸움닭’이란 별명을 얻고 다른 학교로 전학하기에 이른다.

새 학교에서 같은 처지의 한나라는 아이를 만나면서 다미는 다행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자신이 입양아임을 드러낸 채 밝게 살아가는 한나.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슬픔과 그리움을 감춘 한나의 그늘진 속마음을 알고 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우정이 싹튼다.

“한나야, 우린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거야. 다른 아이들이 무시하는 거, 그거보다 더 무서운 싸움은 그런 편견을 이겨내야 하는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야. 나도 그래 입양아 아닌 척 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그래서 전학까지 온 거잖아.”

“고마워. 슬픔은 슬픔만이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널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가 힘낼게. 홍다미 힘내.”

한나와 다미가 나누는 속 깊은 대화에서 아픔 속에 성숙해 가는 두 소녀의 희망적 해결점이 엿보인다. 한 동안 겪어낸 갈등의 소용돌이가 치유와 극복의 싹을 틔워준 셈이다.

이혼과 함께 다미를 두고 떠나 재혼했던 양아빠가 교통사고 당한 몸으로 홀로 돌아오고, 남몰래 다미를 찾아온 엄마에게 아빠와의 재결합을 주선할 만큼 마음 넉넉한 아이로 성장한 다미.

‘아무 생각 말고 자거라. 자고 나면 다른 세상이 다미를 기다리고 있을 게다.’

할머니가 다미를 다독이며 해주는 말이 곧 아픈 사연을 지닌 이들에게 작가가 전하는 따뜻하고 정겨운 여운이다.

오랜 교직생활을 해온 작가는 머리글에서 ‘홍다미’ 같은 처지의 옛제자를 떠올리며 이 동화를 썼다고 밝혔다. 이미 사회인으로 자라있을 제자에게 힘든 삶을 잘 견뎌냈기를 바라는 응원이라고 했다.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아름다운 배려로 바꾸어 주고 싶은 작가의 뜻이 잘 녹아들어 감명 깊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작가 특유의 단단하고 정겨운 문체로 풀어,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어도 좋을 동화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글.백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