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기법이 돋보이는 미래가 된 과거

홍종의 장편동화집 『깃털이 지켜준 아이』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동화작가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홍종의가 신간 『깃털이 지켜준 아이』를 내놓았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집필해온 그가 선보이는 새로운 이야기는 사냥의 명수 매와 함께 고려 시대로 날아가는 판타지이다.

동물병원 원장인 아빠를 따라 야생동물 구조에 나섰던 비상이는 산골마을 느티나무가 있는 집에 쓰러져있는 매를 만나며 자신도 깨닫지 못한 신비한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약한 소년 비상이는 매를 만나며 조금씩 변모해간다. 매의 씩씩한 기상이 비상이에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깃털이 지켜준 아이』는 초반부터 긴박하고 흥미롭게 매의 삶을 보여준다. 매의 삶은 바로 비상이가 꿈꾸는 삶이다. 비상이가 배속에 있을 때부터 매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는 판타지를 작가는 보이지 않는 과거와 연결하며 21세기의 아이를 고려 시대로 이동시켜 우리의 전통문화인 매사냥과 당시의 조상들의 삶을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700년 된 느티나무를 매개로 하여 과거로 이동하는 장면도 독특하지만 작가의 판타지가 더욱 빛나는 것은 과거 속으로 이동하면서도 현재를 지켜 나가는 작가의 판타지 안목이다. 그동안 보았던 수많은 역사 판타지들이 현재에서 과거로 이동하며 현재와 과거를 동일하게 만나는 수법을 썼지만 『깃털이 지켜준 아이』는 좀 더 과학적인 판타지를 구사하고 있다.

700년 전 과거로 날아간 현재의 비상이 눈에는 과거의 모습이 현실처럼 보이지만 과거의 눈(고려의 소년)에는 미래인 비상이가 보이지 않는다.

“공연히 헛수고 하지 마. 너는 시간이야.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미래의 시간.”

새끼 매의 이런 충고는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끈이다. 그러나 매를 고정시키고 제어하는 줄, 절끈처럼 견고하게 작가의 손에서 과거의 곳곳으로 이야기를 찾아간다.

매의 이름 붕(鵬)과 고려소년의 이름 봉(鳳)에 나타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추리해 보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묘미이다. 현실에 살면서도 보이지 않는 이상을 추구했던 삶을 작가는 새와 사람의 이름 속에 새겨 놓은 것이 아닐까.

작가는 매의 생태만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인 매사냥과 당시 백성들의 곤고했던 삶을 보여준다. 사냥매까지 바쳐야 했던 고려-원나라와의 관계까지를 해동청 붕(鵬)이를 통해 보여준다.

비상이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낭떠러지로 추락할 뻔 했다. 어둠 속의 빗길에서 차를 멈추게 한 것은 사라진 새. 검푸른 깃털 하나만 남겨두고 사라졌던 그 새가 바로 붕(鵬)이었다.

나약한 아이 비상이는 700년 전으로 날아가 붕(鵬)를 만나고 사냥을 돕는 동안 씩씩한 아이로 거듭난다. 현실과 과거를 교직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오랫만에 읽는 긴 이야기이다.

(글:송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