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자연의 시

-이창건 동시집 『사과나무의 우화』 섬아이

이창건 동시집 『사과나무의 우화』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자연을 시의 소재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시의 길이가 짧으면서 시적 감성을 잘 살려낸 것이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시가 10행 미만으로 되어 있고, 그 이미지가 단순하게 그려져 있어 시의 맛을 더해주는 것도 하나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독자들이 이 시집을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연에 흠뻑 동화되어 시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창건 시인은 언제부턴가 짧은 시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종전의 그의 동시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짧은 동시들을 종종 보여준다. 이 동시집도 시적 호흡이 짧고 이미지가 분명한 시들이 많다. 작품을 읽다보면 그는 ‘생각보다 매우 섬세한 면이 있구나’하는 직감을 할 수 있다. 자연의 세세한 면까지 시적 감성을 살려내면서, 그의 마음 언저리에 놓인 감정을 작품에 구석구석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동시집은 총 다섯 부로 나뉘어 60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제3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연을 매개로 한 삶의 이모저모를 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풀이 좋다/풀꽃의 향기가 좋다/

풀꽃 향기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시간이 좋다/

지난겨울 눈물 자국 지우고/방긋 웃는 풀꽃/

풀꽃이 좋다.

-「풀이 좋다」 전문

풀꽃이 피어 있는 풀을 노래하고 있지만, 그 풀꽃을 통해 보고 싶은 친구 생각을 절절이 드러내고 있다. ‘풀도 좋고 풀꽃 향기도 좋지만, 그 풀꽃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도 좋다’고 했다. 결국은 풀꽃을 통해 그리운 친구를 떠올리고 있는 셈이다.

일요일마다 엄마랑 산책을 한다/

지난 일요일에는 동네 길을 걸었다/

이쪽으로 가면 엄마가 다니는 병원이 나오고/

저쪽으로 가면 내가 다니는 학원이 나온다/

엄마가 짜장면을 먹자해서 짜장면을 먹었다.

-「아프고 나서」 전문

엄마가 아파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일요일만이라도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산책을 하다가 ‘엄마가 짜장면을 먹자해서 짜장면을 먹었다’는 말 속에 엄마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다 들어있는 것 같다. 더 이상 간절한 말이 필요 없을 듯하다. 이와 같이 제3부에는 「바위도 따뜻하다」, 「꽃들은 피고 지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엄마 얼굴」, 「노을 꽃」 등 아픈 엄마의 애절한 심정을 담은 작품이 가슴을 촉촉이 적신다. 이와 같이 이 동시들이 가슴에 내내 머물러 있을 것 같다.

글ㆍ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