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와 일터에서 건져 올린 울림의 동시

-박선미 동시집『햄버거의 마법』섬아이

박선미의 동시집 『햄버거의 마법』을 읽었다. 읽으면서 참 행복했다. 내가 마치 아이들과 박 시인이 함께 생활하는 삶터와 일터를 훔쳐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훔쳐보고, 듣는다는 것은 재미를 동반한다. 따라서 동시집을 읽는 내내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재미가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울림이 있는 재미였다.

우리가 동시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언어의 유희나 감각적 발상에서 오는 재미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까지 떨림이 오는 그런 재미이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나는 이 시집이 마음의 키가 자라는데 쓰이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 말은 시를 통해서 얻는 마음의 떨림, 그것이 ‘마음의 키’가 자라는 요소임을 알기 때문이다.

대낮인데도/밤처럼 캄캄해서/무섭다고 하자//

엄마는/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세상이 캄캄했다고 합니다.//

나는 아직 모르는/어둠이지만//

할머니는/엄마에게/해였나 봅니다.

-개기일식 전문-

자연현상을 우리네 삶 속으로 끌어와 엄마와 아이의 깊은 교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가 생각하는 어둠과 엄마의 어둠은 세월만큼이나 틈이 깊다. 자연 현상의 어둠은 짧지만, 엄마의 어둠은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다. 엄마의 어둠이 슬픔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의 말처럼 ‘마음의 키’가 커야한다. 아이와 엄마의 내밀한 대화를 훔쳐보고 듣는 떨림이 있는 감동, 이것은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이다.

하느님께/가까이 가고 싶은데/걸을 수 없다고/날마다 기도했더니/

하느님은 다리 대신/해님을 보내주었습니다.//

해님이 두 팔로/ 따스하게 나를 안아주자/억울한 마음도/차가운 마음도/

녹아내리고/내 몸은 가벼워졌습니다.//

다리가 없어도/나는 떠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 가까이.

-눈사람 전문-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간절하면 통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눈사람의 기원이 에니미즘적 환상으로 다가왔다.

시인은 사물이 말하고 싶은 것을 듣는 귀가 열려있다고 한다. 따라서 시인은 그것을 듣고 형상화하여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그는 눈사람이 몸짓으로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섬세한 귀를 가졌다.

이 작품이 감동을 주는 것은 단순한 겨울 서정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의 깊은 울림 때문이다.

(글.하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