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마을에 쏟아놓은 맑은 시심의 노래

황베드로 수녀 동시 전집 『고향 마을』(더 비움, 2018.12)

곱고 여린 마음으로 늘 고향 마을을 생각한 황베드로 수녀가 시 창작 50여년 만에 동시 전집 『고향 마을』을 내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1970년 첫 동시집 『조약돌 마을』을 시작으로 지난해 『마당 보조개』까지 모두 열네 권의 동시집을 내었다. 이번 동시 전집에는 그 동안 출간된 열네 권의 동시집에 실린 작품 모두를 묶어 두툼한 책으로 우리를 반기고 있다. ‘동그란 마을’, ‘별 뜨는 마을’, ‘무지개 마을’, ‘진달래 마을’, ‘치악산 마을’ 등 첫 동시집에서부터 열 번째 동시집까지는 책 제목에 모두 ‘마을’이란 이름을 붙여 고향 마을을 잊지 못하고 늘 시심에 담고 있는 셈이다. 아마 그래선지 이번 동시 전집의 이름도 ‘고향 마을’로 하지 않았나 싶다.

황베드로 수녀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 치악산 밑이다. 그 곳의 자연의 모습과 생활 이모저모를 시로 옮겨 놓은 것이 많아서 읽을수록 단맛이 난다. 자연의 순수함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생각을 시 한 편 한 편에 담고 있어서 마치 ‘고운 결로 짠 비단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시는 작품 어느 곳에도 티 하나 없이 맑고 밝은 모습만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감자 꽃 피던 날/텃밭에 앉아/

앞날을 생각했다/“수녀님이 될 테야.”//

종신서원 하던 날/성당에 앉아/

옛날을 생각했다./“감자 꽃처럼 순했었지.”

-<생각> 전문

밤새/하얗게 언 유리창/고향집이 생각난다.//

할아버지/할머니/아버지/엄마/그리고 우리 동생들//

유리창에 써 놓고/방에 앉으니/

고향집처럼 따스하다/눈 온 아침

-<우리 집> 전문

아름드리 낙엽송 옆에/키 작은 풀꽃들//

아침에 피어/저녁에 져도/

아무 부러움 없이/활짝 웃고 피었다//

나도/그렇게 살고 싶다.

-<작은 꽃> 전문

위의 세 작품 모두 황베드로 수녀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생각」은 맨 처음 수녀가 되던 날의 숨김없는 생각을 아주 단순 명쾌하게 나타내었고, 「우리 집」은 눈 온 날 아침, 가족들이 보고 싶어 유리창에 모두 이름을 써 놓으니 ‘마치 고향집에 있는 것처럼 포근하다’는 자기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있다. 「작은 꽃」은 아무런 조건 없이 거저 활짝 웃는 풀꽃의 삶을 닮고 싶다는 깨끗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이 『고향 마을』 동시 전집은 황베드로 수녀의 삶과 생각이 모두 담겨 있어서 읽는 이에게 새로운 삶의 지침을 새겨 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동시 전집을 읽으니 모처럼 밝은 빛을 보는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진다.

<글 · 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