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시가 주는 경쾌와 발랄함

김마리아 동시집 『오늘보다 신날 거야』 브로콜리숲(2021.07.30.)

코로나와 폭염 속에서도 동시집의 발간은 꾸준하다.

팬데믹이 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면서 사람들과의 사이를

벌려놓았다. 그렇지만 칩거 중인 작가들의 의욕과 창작 열기는 한여름의 열기만큼 뜨거운 듯 느껴진다.

이번 ‘화제의 책’은 김마리아 동시인의 동시집 『오늘보다 신날 거야』를 소개한다.

69편의 동시를 읽으며 김시인의 시가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짧아진 시의 형태, 시집 속의 시 절반이 짧은 시로 꾸며졌다.

전편에 흐르는 발랄함과 경쾌함, 평소 김시인의 성품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놀라움을 숨길 수가 없다. ‘나는 꼴찌,/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잖아요’ 첫 장에 실린 머리말을 읽고 바로 닿는 시인의 시는 새로운 반가움을 함께 주기에 충분하였다.

‘아, 시인의 시가 이렇게 변화하는구나.’ 이런 독자의 반응을 시인은 마음속으로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제일 짧은 시 하이쿠처럼 1~3행의 시가 15편이 넘는다.

지구에게/ 마스크를/ 씌우자

-코로나19를 퇴치하려면

날개를 달아주는/ 해님!// 날아가는 물!

-수증기

사람들이 타면 여객선// 짐 실으면 화물선// 고기 잡으면 어선

-배

함축하고 또 함축한 한 행으로 이루어진 시를 읽으며, 시인의 고민과 애씀을 보게 된다. 등단 20년이 된 시인, 이제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의 진로는 어떤 변화일까를기대하고 가늠해 본다.

조용히 귀 기울려 듣고/ 고개 끄덕이며 듣고/ 끝까지 다, 듣고/ 어깨를 토닥토닥

응, 그랬구나/ 응, 힘들겠다/ 응, 그래도 힘내//

-위로, 전문

시인의 말대로 상대편의 얘기를 들어주고 끝까지 다 듣고, 그 다음 어깨를 토닥여 주는 고마운 시를 앞으로도 열심히 써주기를 고대한다. 시의 형태와 변화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시 속에 시인의 전심이 녹아있으면 되는 것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신날 거다’는 믿음으로~

정두리(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