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

신동일 동화『만세 소리가 조선을 덮던 그 날』 가문비어린이 (2022.01.26)

100여 년 전 1919년 탑골공원에서 일어난 3·1 만세운동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움을 시작했으며, 이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간도와 미주, 연해주, 일본 등 전 세계의 우리 동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펼쳐졌다.

『만세 소리가 조선을 덮던 그 날』은 역사적인 3·1 만세운동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준비되었을까?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나라를 지켜냈을까? 작가는 3·1 만세운동 전후에 일어났던 실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들을 합하여,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 동화로 다시 풀어놓고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연이의 눈을 통해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하였다.

연이 할머니는 남의 빨래를 해 주거나 염색일을 하여 생활을 이어가면서, 남몰래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도 하였다. 그중에는 할머니에게 늘 빨랫감을 맡기는 승희 아저씨가 있었다. 할머니는 ‘숭’ 오빠를 통해 승희아저씨가 사실은 악명 높은 일본 고등계 형사 신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역사교육이 사라져 버린 시대가 되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자라는 아이들이 나라의 역사를 잘 익히지 못해 우매한 사람이 될 것을 염려한 작가의 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100년 전의 그 시절로 돌아가 3·1운동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당시 연이가 된 것처럼 상상하며 읽는다면, 어린이들은 3·1 만세운동의 의의를 더욱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위에 더하여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중요한 또 하나의 메시지를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에도 압제의 총칼에 맞서 지켜낸 아름다운 우리 글 · 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

「4. 우리 땅 우리 노래」 이야기에서 나오는 나물 노래

꼬불꼬불 고리나물/ 옹실옹실 고사리 나물/ 맡아 보니 마타리/ 걸러 보니 결욱이/

한 푼 두 푼 돈나물/ 쏙쏙 뽑아 나싱게/ 이개 저개 지칭개/ 잡아 뜯어 꽃다지/

바귀 바귀 씀바귀/ 오용 조용 말매물/ 길에 가면 질경이/ 골에 가면 고사리/

는 우리 땅에서 불러왔던 우리의 구전 동요가 참으로 정겹고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종구락’, ‘보시기’, ‘돋을 별’, ‘질동이’, ‘바자’, ‘바지랑대’ 따위의 많은 우리말이 작품 중에 나온다. 작가는 친절하게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각주를 달아놓았다.

국적도 알 수 없는 언어들이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세태다. 참으로 어른들이 걱정해야 할 일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더욱 신중하게 아름다운 우리 말을 살려 창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세 소리가 조선을 덮던 그 날』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와 함께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지키고, 살려 쓰려는 의지를 자라는 아이들에게 일깨워주는데 충분한 이야기이다.

글(김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