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있는 동심의 소리를 듣는 즐거움

구옥순 동시집『야, 시큼털털한 김치!』청개구리(2021.12.27.)

구옥순의 󰡔야, 시큼털털한 김치!󰡕를 읽었다. 먹거리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 서사를 끌고 가는 힘이 좋았다. 김치의 시큼한 냄새가 나는 듯, 책명이 기존의 동시집과는 달랐다. 시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파격적인 것이었다. 어쩌면 기존 동시의 형태를 허물고자하는 개성적인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음식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이치를 닮았다’고 했다. 음식을 통해 그가 보여 주고 싶은 시적 의도는 무엇인가.

소금물에/푹 담겨봤니?//

울며/몸무게를 반쯤 줄여 봤니?//

마늘에게/톡톡 쏘여 봤니?//

고춧가루에게/벌겋게 터져 봤니?//

김장독에 갇혀/껌껌한 땅속에서 한 달간 지내 봤니?//

어때!/김치로 다시 태어나는 기쁨이?

｢배추가 하는 말｣ 전문

구옥순은 시적 화자를 통해 삶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픔과 고통, 이런 것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힘이 되며 은근히 그러한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갖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하나는 그의 동시가 이런 시련을 통해 다시 태어나고 싶은 함의를 숨겨놓았거나, 아니면 시인 자신인지도 모른다.

-정든 곳 떠나기 싫어.//

볼 빨간 사과/이사 가기 싫다고/투정부린다.//

대구에 있던 사과/문경으로 이사하고/

강원도 양구까지 올라갔어.//

- 얘들아, 불 좀 그만 지펴라.

더워서 못 살겠다.

｢이사 가기 싫은 사과｣ 전문

｢이사 가기 싫은 사과｣는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사과 재배지역의 북상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온난화의 지구적 과제를 정말 재치 있는 동심으로 형상화한 것은 놀랍다. 특히 끝 연의 ‘-얘들아, 불 그만 지펴라./ 더워 못살겠다.’는 본뜻을 숨기고 무심한 듯 툭! 던지는 표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의 세상을 보는 시각이 미시적이지 않고 열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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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순의 시는 서사를 중시하고 있으며 단선적인 또는 감각적인 심상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흔히 사물의 특징을 의인화하여 말의 재치를 활용하는 것에 비해 그의 서사가 있는 동시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 그의 동시가 입말체를 살려 생동감을 주고, 보다 현실적인 삶에 깊이 뿌리를 내린다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글•하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