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을 닮은 작가

- 김옥애 동화 『아빠, 냉이꽃 예쁘지요』 좋은꿈(2022.11.17.)

지난가을, 글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답답하던 때에 여덟 편의 단편이 실린 김옥애 선생의 『아빠, 냉이꽃 예쁘지요』를 만났다. 그걸 보자 문득 1970년대 무렵, 원고지를 수북하게 쌓아놓고 수많은 단편들을 써대던 시절이 떠올랐다. 책 한 권 내기 힘든 열악한 출판시장 때문이었을까, 그 때의 동화작가들은 대부분 10매에서 30매 이내의 단편들을 어린이신문이나 잡지에 싣곤 했는데 그걸 쓰며 저마다 동화의 보석들을 갈고 닦던 때였다.

김옥애 선생의 『아빠, 냉이꽃 예쁘지요』를 보니 문득 그 치열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김옥애 선생도 어쩌면 나처럼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한 편 한 편 담백하고 속정 깊은 작가의 눈빛으로 그려낸 순수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착 안겨든다.

지렁이 한 마리까지도 따스한 마음으로 살려낸 <토룡 엄마와 은지>, 나루의 진짜 친구가 되어준 망개 도깨비를 그린 <무조건 네 편이 되어줄게>, 놀림을 받던 찢어진 강아지 바지가 아이의 바느질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강아지 바지>, 최고가 아니어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쳐준 <강이와 비단이>, 누구 하나 돌봐주는 이 없어도 건강하고 꿋꿋하게 피는 냉이꽃처럼 자존심과 뿌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다문화 어린이를 그린 <아빠, 냉이꽃 예쁘지요> 등 한 편 한 편 안정된 문장과 따듯한 작가의 시선으로 단편 동화의 본령을 맛깔나게 보여준 수작들이었다.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라는 냉이꽃의 꽃말처럼 온 정성을 다해 쓴 작가의 마음이리라.

그러고 보니 김옥애 선생은 굳게 뿌리를 내린 채 여러 송이가 함께 모여 하늘하늘 웃고 있는 냉이꽃을 닮은 외유내강의 작가이다. 문단의 선배로서 역사적이며 철학적인 주제를 오롯이 우려낸 웅숭깊은 역사동화를 쓰는가 하면, 순수한 마음으로 자연과 삶을 노래한 동시를 쓰고, 이렇듯 멋진 단편동화까지 써내는 그릇이 큰 작가 말이다.

문득 요즈음 지나치게 멋을 부리고 재미만을 찾는 글을 쓰느라 안간힘을 쓰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뿌연 안개꽃처럼 꿈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냉이꽃. 누구 하나 돌봐 주는 이 없어도 건강하고 꿋꿋하게 피어 있는 꽃들. 그런 냉이꽃을 보면서 ‘아빠, 냉이꽃 예쁘지요’란 짧은 동화를 쓰게 되었어요.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지만 자존심과 뿌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린이를 상상해 보면서요. 냉이꽃의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예요. 꽃말 역시 멋있고, 가슴에 와닿았지요. 여러분도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이 있는지, 있다면 그게 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짧은 동화의 감동과 재미

김옥애 동화작가는 47년 동안 동화·동시를 쓰며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받아 왔다. 작가는 최근 《할머니와 함께한 날》로 방정환문학상, 《봉놋방 손님의 선물》로 소천아동문학상, 《추성관에서》로 송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이 동화집은 단편 8편을 묶은 첫 단편 동화집이다.창작동화가 장편 위주로 상업화하면서, 그림책 말고는 짧은 동화를 읽을 기회가 많지 않다. 교과서에 수록되어 어린이들이 학습 목표로 읽는 동화도 짧은 것이 많다. 8편의 작품은 생활동화, 의인화 동화, 에피소드로 술술 재미있게 읽혀 단편동화의 진수를 보인다. 이야기 속에 감추어진 주제는 명료하게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는 작가가 모든 동화에서 보여 주는 ‘동화가 갖는 근원적인 철학’, 즉 어린이다운, 어른다운 건강한 정신이며 유익함이다.

(글•이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