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를 찾아서>를 읽고

-김율희 동화 『나다를 찾아서』 시와동화(2022.02.22.)

가끔 텔레비전 오락 프로를 보면서 멀미를 느낄 때가 있다. 출연자들이 저마다 현란하게 쏟아내는 신조어, 외래어, 유행어, 감탄사들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살아 계셨더라면 통탄할 만큼 우리의 아름다운 말과 글이 심하게 훼손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기 보다는 sns로 소통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되고.

이런 문제점을 김율희 작가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동화 <나다를 찾아서>를 통해 ‘언어’와 ‘말’, ‘소리’에 관한 문제를 다룬 걸 보면.

때는 2050년, 지구는 언제부터인가 언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수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주고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 ‘소리’와 소리 아빠 앞에 우주도서관의 사신 ‘허허’가 나타나 둘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천 년 전부터 언어를 다스리는 일을 천신으로부터 물려받은 여신 <나다>께서는 그동안 너희들을 깨우치게 하려고 수없이 노력하셨지. 그러나 그 때마다 너희들은 오히려 나빠지고 교만해졌어. 너희들의 언어는 욕설로 가득차고 시기심과 이기심에 가득 찬 말이 세상에 넘치게 되었단다.”

화가 난 언어의 여신 <나다>는 지금 어둠의 동굴에 숨어버렸다는 말과 함께.

<나다>가 우주도서관에 숨겨둔 <말씀의 거울>을 찾아서 <나다>를 만나 언어를 되찾아 오라는 부탁을 남긴다.

소리와 소리 아빠는 마침내 언어를 찾아서 멀고 먼 고행의 길을 떠난다. 둘은 사막에 사는 녹색 뱀의 도움을 받고, 쥐떼들의 공격도 받고, <마음을 잃은 자>를 만나고, 반인반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소년을 만나는 등 하나하나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그러면서 소리 아빠는 프랑스로 떠난 후 행방불명이 된 소리 엄마에 대한 미움을 떨쳐버리고, 나쁜 말들이 상대방을 얼마나 절망과 분노에 빠뜨리는지 알게 된다.

여러 고비를 넘긴 두 사람은 마침내 우주도서관에 도착하고, ‘꿈꾸는 눈’이 토해 준 네 개의 초록구슬을 <나다>에게 바친다. 나다가 머리에 꽂은 무지개빛 열쇠를 꺼내어 구슬을 연결하자 마침내 수많은 글귀들이 적힌 <말씀의 거울>이 나타난다.

“내가 다시 <말씀의 거울>을 세상에 비추리니 인간들은 다시 언어를 찾을 수 있으리라!”

<나다>는 결국 인간 세상에 언어를 돌려주었다.

소리와 소리 아빠는 결국 언어를 되찾고, 그 곳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다 행방 불명 되었던 엄마를 만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다.

작품에서처럼 정말로 언어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숨이 막혀온다. 김율희 작가는 주인공들이 ‘언어’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언어’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언어를 찾아나서는 과정은 마치 신화의 세계, 우주의 세계로의 여행처럼 신비롭고, 녹색 뱀, 반인반수, 꿈꾸는 눈, 무지개빛 우산을 든 소녀 비오, 반인반수의 나라에서 만난 소년 ‘하늘 닭’, 악마인 ‘마음을 잃은 자’등을 등장 시켜 이전에 우리 동화에서 볼 수 없었던 폭넓은 판타지를 보여주었다. 특히 언어를 찾아가는 동안 보여준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의 모습 또한 읽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동화를 통해 ‘언어’의 중요성을 이토록 환상적인 수법으로 그려낸 김율희 작가의 저력에 박수를 보낸다.

(글•이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