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명한 이미지로 시적 감성을 잘 살려낸 작품

권영세 동시집 『동백나무가 웃다』 학이사어린이(2023.7.20.)

권영세 시인의 열 번째 동시집 『동백나무가 웃다』가 나왔다. 이번 동시집은 작품마다 간명한 이미지를 담으면서 시적 감성을 잘 살려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위로와 치유’의 동시들이 그 맥을 이어오면서 소통과 회복의 감성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책 끝의 ‘시인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그의 감성을 밝히고 있다.

‘40여 년 동시를 써오면서 줄곧 가슴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는 나의 동시론은 소통과 회복, 그리고 위로와 치유입니다. 이 속에 담긴 진정한 메시지는 진솔함입니다. 매 작품마다 명품의 동시가 아닐지라도 마음만은 진솔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래서 동시 창작에 매진해 온 내 삶이 결코 허망하지가 않습니다. 한 편의 동시가 불통을 소통으로 바뀌게 하고, 상처 입은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위로가 되며, 나아가 치유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이 동시집의 작품들 대부분은 한결같이 치유와 위로의 감성을 담고 있다. 이미지가 분명하고 간결해서 누가 읽어도 그 감성에 쉽게 빨려들 것 같다.

집으로 가는 저물녘/누군가 나를 붙잡는다.//

내려다보니/도깨비바늘이구나!//

바지 끝자락 꼭 잡고/함께 가려는 걸 보니//

너도 가끔/혼자 있기 싫은가 보네.

-「너도 가끔」 전문

들길을 걷다보면 바지 끝에 ‘도깨비바늘’이 달라붙어 있을 때가 있다. ‘얘가 왜 이렇게 붙어 있지?’하면서 손으로 떼어낸다. 그러다보면 ‘얘도 외로운가보다.’하고 좀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권영세 시인은 이런 외로움의 느낌을 이 작품에서 따뜻함을 보여주고 있다.

내 품에 살포시 내려앉은/나비의 속삭임//

“난 네가 좋아!”//

가슴을 뛰게 하는/그 말//

바로 그 말이 듣고 싶어/나는 꽃이 되었어.

-「바로 그 말」 전문

꽃은 나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나비는 ‘난 네가 좋아’하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꽃은 그 말이 듣고 싶어 꽃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아무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동시도 이미지가 단순하면서 시적 감성을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 읽고 또 읽어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처럼 이 동시집의 작품들은 읽고 나면 뭔가 생각을 하게 한다. 이게 이 동시집의 장점이다. 아마도 권영세 시인이 추구한 ‘소통과 회복, 위로와 치유’의 시적 정서가 들어있지 않나 싶다. 읽고 나면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든다.

(글⦁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