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알았어! 지금 당장 떠날 게 거기서 기다려.“
수화기를 놓기가 바쁘게 나는 허둥지둥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얼마나 보고 싶은 친구인지 모릅니다.
2학년 때 내 짝이었다가 4학년이 되어서 다시 한 반이 되어 친하게 지냈는데 한 달 전쯤에 이사하고 전학을 갔습니다. 전학 가기 전에는 온라인 수업을 해도 우리는 만나서 놀기도 하였습니다. 소식이 궁금했는데 그런데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3번 마을버스를 타고 5번째 정거장 자전거 대여점 앞 이랬지.’ 외우면서 조금 먼 거리를 달렸습니다.
마침 내가 타려는 버스가 서 있었습니다. 거기는 종점이라서 손님을 기다리느라 몇 분씩 서 있기도 해서 타기가 쉬운 편입니다. 차 문에 들어서서 교통카드를 찍으려는데 운전석에서
”내려라.“
하는 무뚝뚝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왜요?“
나는 어리둥절하였습니다.
둘러보니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스크!“
기사 아저씨가 두 번째 소리치셨습니다.
아차, 그때야 나는 내 입에 마스크가 없는 것을 느꼈습니다. 할 수 없이 차에서 내렸습니다. 힘이 쑥 빠졌습니다. 그 차는 1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집에 갔다 오려면 다 다음 차나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길에 서서 기다릴 친구 생각을 하니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집에 누가 있으면 마스크를 갖다 달라고 할 텐데 그럴 수도 없습니다. 아빠는 회사에 계시고 엄마는 마트에 가시고 누나는 학원 가는 날입니다. 차가 떠나려는지 부릉부릉 시동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하얀 마스크 하나가 확 눈앞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자 이거 쓰거라, 마스크 안 하면 차 못 탄다.”
하였습니다.
다른 손에는 막 뜯어낸 마스크 봉지를 들고 계셨습니다.
나는 얼른 마스크를 받아쓰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차는 금방 문이 닫혔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맙단 인사도 못 했습니다. 차창 너머로라도 인사를 하려고 내다보니 그 아주머니는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느라 내가 손을 흔드는 것을 모르셨습니다. 정말 많이 고마웠는데 감사하단 말을 못 한 게 너무 후회됐습니다.
얼떨결에 뵌 분이라 다음에 얼굴을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만나면 고마웠다고 꼭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해야 한다고 온 세계가 난리입니다.
어떤 이들은 사람들이 서로 욕하고 남을 헐뜯는 말을 하니까 하나님이 입을 막게 하였다고도 합니다.
욕하고 남을 헐뜯는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그 아주머니처럼 처음 본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좋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 아주머니 생각을 하다가 나는 또 아차 했습니다.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 내릴 곳을 지나쳤는지 모르니까요. 5번째까지 세어야 하는 것도 깜박했습니다.
“자전거 대여 앞 지났어요?”
옆에 앉은 할아버지께 여쭤보았더니 이번에 내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친구가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끌어안고 방방 뛰었습니다.
나는 친구한테 마스크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하나씩 더 갖고 다니자고 하였습니다. 나처럼 깜빡 잊고 못 가져온 사람 있으면 나누어 줘야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