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은 언제나 어렵다. 뭘 쓸지 몰라서 못 쓰겠다. 내 비밀은 아주 많다.
그중 하나는 고백에 대한 것이다. 고백하다 차였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를 꼴뚜기라고 말하겠다. 실명을 밝히기 겁이 난다. 왜냐하면, 내 작품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발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꼴뚜기라는 남자아이가 좋다. 꼴뚜기의 모습이 너무 좋다. 그 모습이 원래 내 이상형인지 아니면 꼴뚜기가 좋아서 이상형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좋다. 꼴뚜기는 잘생겼다. 쌍꺼풀이 진하고 눈 밑에 애교 살이 두껍다. 난 그 애교 살을 진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볼이 빨간 꼴뚜기는 내 기준으로 잘생겼다.
처음부터 좋아한 건 아니다. 꼴뚜기는 6학년 초에 전학 왔다. 수학 학원에서 만났는데 난 그 꼴뚜긴 줄 몰랐다. 그런데 반 이름을 말하자 그 아이가 ‘어?’라고 하며 같은 반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다시 만나 처음으로 그 아이와 모둠이 되었다. 너무 짜증이 났다. 난 내 주장을 말하고 싶은데 그 아이가 자기주장만 말하니까 짜증 났다. 그런데 방학 때 그 아이가 그래도 괜찮아 보였다. 학원에서 날 챙겨주고 끝나면 날 기다렸다가 집에 함께 걸어갔다. 2학기 때 내가 꼴뚜기에게 고백했다. 그렇지만 바로 차였다.
“나는 아직 사귈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친하게 지내자.”
꼴뚜기는 최대한 내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배려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난 기분이 나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 ‘네가 뭔데 날 차?’라는 생각만 들었다. 왜 어른들이 소개팅하고 차였을 때 화내거나 우는지 알아버렸다. 엄마와 등산하면서 나쁜 생각을 버리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고백하고 차이고 난 다음에 꼴뚜기는 나에게 더 잘해줬다. 다시 뭔가를 기대하게 했다. 수학여행이 다가오자 꼴뚜기랑 추억이 생기지 않을까 더 기대가 되었다.
대망의 수학여행 날 나와 꼴뚜기, 메뚜기, 닭벼슬과 함께 산림욕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꼴뚜기는 나랑 함께 다니며 사진도 찍어줬다. 그리고 내 필통을 꺼낼 때 필통 안에 들어있는 핸드크림을 보고 놀랐다.
“이거 왜 줬냐?”
내가 인상을 쓰면서 꼴뚜기에게 말했다. 내 고백도 안 받아 줄 거면서 왜 핸드크림을 선물했는지 약간 짜증이 났다.
“엄마가 친한 친구 주라고 했어.”
“내가 너랑 친해?”
“남자친구한테 주기는 좀 그러잖아. 여자친구 중에 젤 친한 사람한테 준 거야.”
나는 활짝 웃고 말았다.
내 필통에는 아직도 복숭아 향 핸드크림이 들어있다. 짝사랑은 끝났다. 꼴뚜기가 나랑 사귀든지 안 사귀든지 둘 중 하나다. 앞으로 내가 복숭아 향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꼴뚜기한테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