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년 중에 잊을 수 없는 선생님을 뽑으라면 난 당연 교장 선생님을 선택할 것 같다. 제일 존경스럽고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선생님들 다 대단하다 생각하지만 난 교장 선생님이 내게 제일 깊은 인상을 안겨주셨다.
첫 만남은 내가 3학년 때이다. 한창 새로운 선생님이 많이 들어오시던 시기여서 양선례 교장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셨다. 기존 교장 선생님과는 많이 친숙해서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과도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친하게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린 나에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 매서워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을 쓰는 분야를 지도하셔서 특히 더 어려웠다. 그래서 4~5학년 초까지는 일부러 교장 선생님을 피해 다녔다. 굳이 안 그래도 됐지만 교장 선생님께서도 내게 큰 관심을 보이시진 않아 무난하게 지나갔다.
직접적으로 가까워진 것은 6학년으로 올라가는 해의 3월 초였다. 나를 포함한 4명의 6학년이 교장실로 호출을 받았다. 교장실에 불려가는 이유는 단 하나, 혼나는 일밖에 없다. 그곳에 가는 길 내내 두려움에 떨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장실에 들어가 보니 어색하게 앉아 있는 4~5학년이 보였다. 우물쭈물 자리를 찾아 앉으니 교장 선생님께서 우리가 이 자리에 왜 모였는지 알려주셨다. 이 인원들로 책을 만들 것이라는 말이었다. 내가 글쓰기 부 인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이었다. 전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뽑힌 우리는 전 담임 선생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글쓰기의 첫 숙제는 ‘새 학년 새 학기’라는 주제였다. 나는 글쓰기라는 걸 수행평가에서만 해 봤지 내 마음을 담아 쓰는 방법은 몰랐다. 게다가 글쓰기 숙제라니, 하기 싫은 마음에 대충 쓴 뒤 교장 선생님에게 드렸다. 하지만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잘 썼다며 오히려 교장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아버렸다.
이다음부턴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써야 되는 숙제가 생겼다. 물론 그마저도 초반엔 성실히 하다 뒤로 갈수록 귀찮아서 거의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교장실에 들어가는 일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게으른 것 같다.
글쓰기 부에 들어온 지 2개월째 되는 날, 나는 처음으로 백일장 대회에 나가보았다. 원고지라는 것도, 글쓰는 방식도 모든 것이 다 새로웠다. 교장 선생님께서 좋은 기회라며 나를 포함한 6학년 4명을 데리고 오셨는데 상금이 어마어마하게 큰 대회였다. 3등 상금이 무려 50만 원이었다. 그 돈이면 내가 한 달 동안 떵떵거리며 살아도 문제없는 금액이다. 내 최종목표는 3등이었지만 어려운 주제와 많이 없는 경험, 부족한 솜씨 때문에 입상은 못 했다. 아빠한테 그렇게 큰소리치고 왔는데 허무하고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경험이 중요하다며 다독여주신 덕분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많은 날이 지나고 교장 선생님께서 나를 따로 불러내셨다. 단둘이 있기도 하고 교장 선생님께서 나의 비밀을 알고 계셨던 건지 질문을 여러 개 하셨다. 나는 굳이 숨길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있는 사실대로 교장 선생님께 다 털어놓았고 교장 선생님께선 나를 많이 도와주셨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나 고민 상담 등 다양한 면으로 도와주셨다. 교장 선생님이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나에게 매일 기록이 중요하다 하셨다. 지금은 귀찮을지 몰라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다 라는 비슷한 말들도 나에게 알려주셨다.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서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글을 썼다.
때로는 나에게만 많은 숙제를 내시는 교장 선생님이 밉고 싫을 때도 있었다.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도 서슴지 않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 대단하시고 존경스러운 분이시다. 다른 교장 선생님과는 달리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시고 글쓰기 동아리 부에서 수업도 하신다. 여태껏 글쓰기에는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교장 선생님은 내 숨어있는 작은 재능을 찾아내신 것 같았다. 교장 선생님을 만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글쓰기 인원이 나밖에 남지 않았지만 성장할 수 있었던 지난날을 기억하여 글을 꾸준히 써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버텨준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
마지막으로 양선례 교장 선생님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내 진심이 담긴 말은 “교장 선생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