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오늘도 또 시작이구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쁜 하루가 기다리고 있다.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은 두 아이를 친정어머니께 맡겨두고 차가 꽉 막혀 있는 도로에 뛰어들면 그때부터 1시간 30분 동안의 짧은 출근 여행이 시작된다.

산자락 밑에 살고 있는 덕분에 막히는 출근길 동안 벚꽃에 철쭉에 산수유에 꽃구경도 실컷 하고 좋아하는 노래도 크게 불러보고 딸아이 소풍가는 날엔 김밥도 한 줄 먹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낼 수 있으니 나는 매일 아침, 여행을 떠나는 셈이다.

결혼하고 두 아이 낳고 회사에 다니다보니 혼자서 어디를 떠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 되었고 매일 되풀이되는 일상에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갔다.

막히는 출근길은 늘 짜증스러웠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하루는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불만스러웠고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예전에 본 글귀 한 구절이 떠올랐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순간 매일의 일상을 짜증스러워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전히 내 것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출퇴근 시간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아마 그 즈음이었던 듯하다.

왕복 80km가 넘는 출퇴근 시간 동안을 나의 여행길로 삼아보리라.

음악도 듣고 풍경도 감상하고 계절이 변하는 산도 보고…….

그 시간 동안 나는 하루를 시작할 힘도 얻고 예쁜 짓하는 아이들 얼굴, 오늘 해야 할 회사 일도 생각하며 때로는 가로수 길게 뻗은 이 길이 낯모를 여행지로 끌어주는 마법의 길인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