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려고 하는 아들과 자꾸만 부딪힐 때면 내 입에서는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내가 정말 어디론가 떠나버려야지! 너 자꾸 엄마한테 대들면 너희들 몰래 어디론가 가 버릴거야.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니? 엄마가 언제까지 너희들 비위를 맞추어야 하니? 엄마 여행 가면 언제 올지 모르니 있을 때 말 잘 들어라.”

이 말을 들으면 작은 아이는 겁을 먹고 내 기분을 살피지만 이제 엄마 말이 협박인 줄 아는 큰 아이는 대꾸도 안한다. 아니 오히려 엄마가 정말 어디론가 여행을 가주기를 바라고 있다. 엄마가 여행을 가서 엄마 없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큰 아이의 일기를 보고는 나는 멍해졌다.

 

학창시절부터 늘 꿈만 키워왔던, 소심하고 겁이 많아 낯선 곳으로 혼자 떠난다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큰 보물처럼 아껴두고 있는 나의 여행이 너무 초라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엄마 없으면 안될 것 같아 단 하룻밤의 여행도 미루고 있는 엄마 마음은 몰라주고 자신의 자유로움만 찾는 아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진짜 훌쩍 떠나버려? 엄마 없이 한 번 고생 좀 해보라고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릴까?’ 혼자서 생각해보지만 결국 실천에 옮기지는 못한다. 그저 아직도 꿈으로만 간직할 뿐이다.

요즘은 자꾸 아이들에게 세뇌교육을 시킨다.

“엄만 여행이 꿈이야. 지금은 너희가 어려서 참고 있는데, 너희들 대학교만 들어가면 엄만 무조건 떠날거야.”

“그럼 우리 밥은 누가 해주고 대학교는 누가 보내줘?”

“밥은 너희 둘이 해 먹고 대학교는 아르바이트해서 다녀. 그리고 취직하면 한 달에 한 번씩 엄마한테 여행비 송금해.”

“그러는 게 어딨어?”

“왜 없어? 엄마 아빠가 너희들 키우느라 들어가는 돈은 더 많아. 당연히 너희도 돈 벌면 엄마 아빠한테 줘야지.”

이쯤 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대꾸를 못한다. 요즘의 내 꿈은 정말로 아이들 빨리 키워놓고 홀가분하게 혼자 떠나는 것이다. 아이들이 크면 내 나이 오십이 넘으니 그때 쯤이면 소심함도 겁도 나이로 밀고 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