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안타다.”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들리는 함성소리에 놀라 저절로 눈이 야구공을 쫓고 있다.

야구공은 운동장을 지나 보도로 튀어 나오더니 차도를 향해 데구르 구른다. 야구를 하던 아이들이 차도에 떨어진 공을 줍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불행 중 다행인지 갑자기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고 야구공은 무사히 어린 친구 손 안에 들어간다.

“휴, 오늘은 운이 좋은가봐. 우리 팀이 이길 것 같다.”

공을 쥔 소년이 야구공을 만지작거리며 씩 웃었다.

문득, 유엔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생각났다.

그는 어렸을 때 애틀랜타에 있는 야구장 옆에서 구두닦이를 했다. 어느 날 야구장 밖으로 날아가고 있는 공을 보고 어떻게 야구공이 멀리까지 날 수 있는 지를 해설가에게 물었다.

“야구공을 잘 보렴. 온통 실로 꿰맨 상처로 가득하지. 바로 그 상처 때문에 보통 공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가는 거란다.”

이야기를 들은 아난은 그 이후로 자기의 불행한 환경을 불평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디딤돌로 삼아 열심히 노력하여 유엔사무총장이 되었다.

아난 사무총장이 꿰맨 상처 가득한 야구공을 자신처럼 생각했다면 오늘 야구공을 구해준 신호등은 ‘인생의 방향등’이라고 생각된다.

신호등은 빨강, 노랑, 녹색의 색으로 사람들에게 위험을 경고 해 주지만 인생에서도 똑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살다보면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있지는 않다. 때로는 아스라한 눈빛 속에 쓸쓸함이 떠오르기도 하고 고난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와 힘들어할 때도 있다.

보통은 슬기롭게 잘 넘어 갈 때가 많이 있지만 가끔은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인생의 방향등’인 신호등이 있어서 내가 가고 있는 길이 틀렸다고 위험 신호인 ‘빨간 불’을 켜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는 도덕이나 인륜이 무시되어 가면서 사람들 마음속에 이해심과 여유로움이 사라지고 있다. 이웃 간에 주차 분쟁, 부모에게 꾸중을 들은 후에 집을 나가 행인을 이유 없이 찌른 사건, 경로석에서 자리싸움 등 세상에는 주체하지 못할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이럴 때 신호등이 빨간 불을 밝혀 사회에 경고를 해 준다면 좋겠다. 사람들의 분노가 가득했으니 마음을 진정시키라고 알려주었으면 한다.

반면에 늘 타인들을 따뜻하게 배려해 주고 화내지 않으며 사람들의 어두운 심연을 보살펴주는 사람들에게는 ‘녹색 불’을 밝혀 세상이 아직까지는 밝다는 것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각박하고 인정 없이 변해가고 있는 세상에서 녹색 불을 밝혀 세상이 아직은 사랑과 정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알리고 싶다.

신호등에 불빛 하나하나가 사람들 행동의 신호라 생각하면서 신호등을 바라본다. 이 세상에 녹색 신호등만 켜지기를 온 마음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