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 세상 그걸로 충분해 내 삶이 하나 듯 친구도 하나야.’

안재욱의 ‘친구’란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다. 언제부터인가 늘 혼자서 흥얼거리며 내 가슴 속의 친구들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늘 내겐 아픔으로 다가왔던 친구들을 되뇌니, 지금 이 순간에도 괜스레 그렁그렁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어린 시절, 무남독녀로 자란 나는 유난히 친구들에게 많은 사랑을 줌과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길 원했다. 그래서 어쩜 더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땐 친구가 전부라고 생각했기에 내 모든 사랑을 아낌없이 주기만 했다. 그러나 나의 사랑은 오히려 친구에 대한 집착이 되었는지, 친구들은 그렇게 나를 떠나갔다. 상대적으로 나는 친구들에게 너무나 엄청난 사랑을 주고는, 나를 돌아봐주지 않는 그 친구들에게 무척이나 많은 서운함을 느꼈기에 작은 오해들로 친구들은 내 사랑이 부담스러워 하나 둘 나와 멀어져만 갔다.

마흔이 넘은 지금에도 중학 시절, 고등학생 시절의 그 친구들이 내 가슴 속에 또렷이 남아 아쉬움의 기억으로 나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이제 진정한 친구의 존재를 스스로 찾아야 함을, 나 또한 그 누군가에게 참된 친구의 존재감을 느끼게 살아야 함을 깊이 생각해 본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목숨을 걸었던 나는 결혼을 하고서도 나를 알아주는 진짜 친구를 찾아다니느라 무던히도 애를 썼다. 다행히 몇몇 친한 친구들을 만들었음에도, 지금까지도 감사하며 살아가지만 늘 허전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인간이란 존재는 항상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하기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며, 스스로 친구들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야속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나를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아홉 살 난 아들이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보게 되었고, 난 진정 그 친구에게 정말로 쓰리고 아픈 내 마음을 십분의 일도 보여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 아픔이 아무리 클지라도 그 친구만큼은 아닐 테니, 감히 그 친구에게 내 슬픔을 드러내기조차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아팠고, 정말로 내 마음 속 신의 존재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나 또한 제대로 된 친구가 될 수 없었음에 방황하며, 또 다른 친구로 허전함을 달래려 했던 내게 손을 내민 친구가 있었으니!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에게도 도와달라고 손 내밀 수 없었던 그 순간, 반가이 내 손을 잡아준 친구는 바로 ‘글’이라는 친구이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마음 속 응어리가 쌓일 때마다 글 친구에게 내 마음을 풀어놓은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나의 일기장으로 시작했던 내 블로그의 글들을 읽어보면 지금도 괜한 뿌듯함에 마음의 미소를 짓곤 한다. 그 날 그 날 내가 느꼈던 감동이나, 너무나 아픈 기억들을 한 편의 줄글로, 한 편의 시로 옮겨 놓고, 난 늘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한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한 감상, 영화나 공연을 보고 느낀 감회를 글로 올려놓으니 공감하는 모든 이들의 흔적만으로도 친구의 존재감을 절실히 느낄 수도 있었다. 특히 글로써 마음을 따뜻하게 나눌 수 있으며,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글로 나를 느낀 그들이 내게 준 위로와 위안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진정한 친구의 역할을 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두 달 전, 또 한 친구의 스무 살 난 아들이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났을 때 감히 슬퍼하기도 아파하기도 무서웠던 나는 한동안 미칠 것만 같았다. 나 또한 자식을 키우는 어미인지라, 너무나 아팠던 그 순간을 생각하니, 또 눈물이 맺힌다. 그 때, 난 감히 그 친구에게 그 어떤 위로조차 할 수 없었음에 나를 질책하며 미친 듯이 괴로워만 했다. 두려워서 아직까지 제대로 전화 한 번 못해본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신들의 유희’라는 제목으로, 어린 생명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시 한 편을 만든 것이었다. 언젠가는 내 글 친구의 위로를 그 아픈 친구들에게도 전해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써 내려간 내 마음 속의 진정한 친구에게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친구란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말없이 바라만 봐주어도 늘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내 마음 속의 친구, 나와 늘 함께 하는 친구, 나의 글 친구를 통해 나 또한 내 모든 친구들에게 내 가슴의 온전함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음에, 오늘도 난 전국어린이건강글짓기대회장에서 나의 친구와 두 시간 동안 행복한 나들이를 바람개비들의 속삭임으로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