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말 아름다운 선물입니다

차원재 동화 『뜨거운 작별 인사』 아침마중(2022.01.)

올해 여든 여덟의 미수(米壽)를 맞은 동화작가 차원재 선생님의 새 책이 나와 소개한다.

1960년 등단한 이후, 60여 년 동안 출간한 책이 100권, 발표한 글은 400여 편. 그럼에도 작가의 서재에는 아직 책으로 엮을 작품들이 쌓여 있다고 한다.이번 출간한 단편동화집은 근간 10년쯤 걸려 쓴 작품을 가려뽑은 뜻깊은 작품집이다.

<뜨거운 작별인사>, <눈 밝은 소 누렁이>, <마른 멸치>, <정말 아름다운 선물> 등 열네 편의 작품 속에서 이루어지는 스토리와 감동은 그야말로 ‘그립고도 아름다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글은 바로 그 사람’이라 하던가. 원래 따뜻한 작가의 성정처럼, 편편의 작품 속에도 사람 사는 세상의 속속들이 숨은 재미와 아름다운 교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불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무지개처럼 멀리 있거나 허무하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눈여겨 본 자리에 바위틈 풀꽃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

‘사람들이 우주여행을 다녀온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햇빛을 꿔달라는 말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내 나이가 몇인데, 그거 어렵지 않지. 너희들의 생각이 기특하다. 걔들이 튼실하게 자라면 할아버지 할머니도 무척 기뻐하실 거잖아! 그렇게 해 드리자. 그까짓 거 쯤이야 전혀 어렵지 않지.’

....햇빛은 기쁜 얼굴처럼 반짝 빛났습니다. 울타리 삼아서 곁에 세워둔 참나무, 감나무, 빗살나무, 메타세콰이아, 단풍나무, 풀잎까지도 모든 잎이 곱게 색색으로 짙어가는 가을빛은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섬마을은 말할 것도 없고, 온 세상이 덩달아 그 빛이 번져가서 환한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해님, 햇빛 쪼끔 꿔 주세요>에서도 섬말에 사는 청승 할아버지가 가꾸는 배추밭 이야기에도 지극한 인간적 사랑과 성찰이 담겨 있다.

영국 BBC 방송 다큐멘터리, 탄자니아 밀림 속에서 사진작가가 1년 반 추적한 치타 가족 이야기에서 얻은 글감을 손질해 썼다는 <뜨거운 작별 인사>.

맹수 치타가 사진작가의 등에 올라가서 볼에다 입맞추는 장면은 실화임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이별 장면이다.

<....‘날마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데 지겹지 않냐’고 묻는다면 , 저는 단호히 ‘아니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런 다음 허허 웃고 말겠죠.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이 즐거웠기 때문에 그렇게 온종일 매달릴 수 있었답니다.>

한평생 날마다 새벽 기도로 시작하는 일상, 줄기차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륜 깊은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뭉클하다.

(글/백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