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윤석중 문학상 심사소감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동시집 4권과 장편동화집 3권 그리고 그림동화집 1권이었다. 특히 동화는 한결같이 역사물이었다. 긴 시간 동안 진지한 토의를 했으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동시, 동화 두 장르가 달라, 어느 한 작품을 선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어서 결국 동시, 동화에서 공동 수상작을 내기로 했다.

동시부문의 당선작인 이화주의 동시집 ‘내 별 잘 있나요’는 원로 교육자요 자애로운 할머니 시인의 어린이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배려가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집이었다. 할머니 앞에서는 꽃도 열매도 달빛도 손자처럼 귀엽고 신비로울 뿐이다. 풀밭을 걸을 때도 혹시나 풀꽃을 다칠까 조심스러워 차라리 아기 새의 발이었으면 하는 너무도 인간적인 할머니. 오랜 연륜에서 묻어나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전편에서 강하게 느껴졌다. ‘시란 심중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서 곧바로 마음으로 통해야 한다.’고 한 실러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따스한 온기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이끄는 선한 손길이 느껴지는 시, 이것이 동시의 본연이 아닐까. 시는 가슴으로 쓴다는 말이 이 동시집에서 실감하게 된다.

동화부문의 당선작인 홍종의의 장편동화 ‘흥원창 어린 배꾼’은 새로운 이야기의 발굴이라는 데서 먼저 관심을 끓었다. 철저한 기초 조사로 현장감을 실린 점과 탄탄한 구성, 그리고 간결하면서 힘이 있는 문장으로 에너지 넘치는 서사 문학을 창작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려 때부터 남한강 물길을 따라 서울까지 배로 실어 나를 세곡을 거둬들여 쌓아 두던 조창인 흥원창(원주 흥호리)을 무대로 배꾼의 아들 거비와 역적으로 몰려 죽은 선비의　딸인 가물이의 우정과 세곡에 얽힌 사건으로 건실하고 흥미로운 줄거리를 엮어낸 실력도 돋보였다. 그 시대상의 재현과 아울러 현재와의 대비 ‧ 투영을 통해 진실을 드려내 보여 준다는 미덕은, 역사 동화 문학의 한 본보기가 되고 있다. 다만 거비의 역할을 더 키우고 거비의 신비를 더 만들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원로인 이화주 동시인과 중견인 홍종의 동화작가가 나란히 시상식에 서게 되어 더욱 뜻있게 느껴진다. 두 수상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김병규(동화작가)ㆍ공재동(동시인)ㆍ노원호(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