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윤석중 문학상 심사소감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동시집 3권과 동화집 3권이었다.

본심에 오른 여섯 권의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평을 나누는 과정에서 장르가 다른 동시, 동화의 수평 비교가 어렵다는 진지한 논의가 먼저 있었고 한 권 한 권 세부적인 감상과 함께 우리 아동문학의 현주소에 대한 고민과 나아갈 방향, 본심에 오른 작가들의 역량과 그동안의 성취 등 논의의 폭을 넓혀 나갔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중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이규희의 장편 동화 『독립군 소녀 해주』이다.

『독립군 소녀 해주』는 이판서 댁에서 종살이하던 12살 어린 소녀 해주가 우리 태극기와 한글을 접하며 대한의 소녀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동안 주류를 이루었던 남성 중심, 소년 중심의 독립군 이야기에서 벗어나 어린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색다르고, 일제강압기의 작품들의 무대가 주로 서울 이남으로 이루어 진 것에 반해 이 작품은 경성과 신의주를 거쳐 상하이, 충칭까지 끌어안으며 이야기를 임시정부의 무대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잘 읽히는 문장과 장편다운 흥미로움을 갖춘 이 작품은 작품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우리 아동문단의 현실을 생각할 때 긴 이야기도 잘 읽힐 수 있다는 본보기로 삼을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일제 강점기의 역사 이야기는 그동안 소설, 영화, 드라마로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정교한 장치를 하지 않는 허구의 부분들은 쉽게 노출되고, 그 어색함은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역사적인 이야기를 작품으로 쓸 때 고민하는 부분이고 완벽하게 사실과 허구를 교직한다 해도 작품으로 출간되었을 때는 아쉬운 점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뒷받침하는 허구의 이야기들을 좀 더 시대와 상황에 맞게 썼더라면 하는 부분들이, 이번 수상 작품에서도 전반적인 평과 감상을 나누는 자리에서 논의되었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독립군 소녀 해주』가 예심을 통과한 작품 중 가장 뛰어났다. 윤석중문학상이 작가의 역량과 그 동안의 문학적 성취 등 작가의 모든 부분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청호(동시인) • 송재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