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2016 동화집 『독립군 소녀 해주 』로 제11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딱 한가지 소원

수상 소식을 듣던 날, 저는 모처럼 겨울맞이 대청소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이불 빨래며 서랍정리, 냉장고 정리를 하느라 온 집안이 북새통이었지요. 세탁기를 돌려놓고 무심코 전화를 보니 반가운 전화가 와 있었었습니다. 제가 ‘윤석중 문학상’을 받게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었지요.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순간 알 수 없는 눈물이 두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 내렸습니다. 누군가 제 등을 두드리며 ‘그래, 그동안 참 애썼구나. 잘 했어.’라고 격려 해주는 듯 했거든요.

사실 수상 소식을 듣기 며칠 전 저는 네팔 카트만두, 포카라를 거쳐 안나푸르나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가벼운 트레킹을 하여 안나푸르나가 보이는 곳까지 올라 간 거였지요. 산을 오를 때 일행을 안내한 가이드가 ‘안나푸르나를 보며 소원 한 가지를 빌면 꼭 이뤄집니다.’라고 귀띔을 해주었습니다. ‘두 세 가지도 아니고 딱 한 가지인데 뭘 빌지?’ 저는 속으로 이거저거를 막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일 큰 소원은 ‘부디, 좋은 글 쓰게 해주세요!’라는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그 소원을 담고 빛나는 설산 안나푸르나를 보며 간절히 두 손을 모았습니다.

어쩌면 안나푸르나의 신성한 기운이 저에게 이런 큰 기쁨을 안겨주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동안 동화를 쓸 수 있도록 힘을 준 제 작품 속의 주인공들인지도 모릅니다. 역사 속에서 상처 받고, 안타깝게 스러져간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내민 작가에 대한 고마움으로 말이지요.

저는 앞으로도 제 동화를 통해 역사 속에서, 또는 지금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해주기’ ‘보듬어주기’를 계속 하려 합니다.

꾀 부리지 말고, 엄살 부리지 말고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며, 묵묵히 좋은 글 쓰도록 저에게 용기를 준 ‘새싹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