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윤석중 문학상 심사소감

'이야기 동시'의 가능성 보여준 뛰어난 작품
- 신형건 동시집 『콜라 마시는 북극곰』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동시집 4권, 동화집 3권으로 모두 7권이었다. 그 중에서 단 한 권의 수상작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동시와 동화가 서로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잣대로 다룬다는 것은 이미 문제점을 안고 심사에 임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수상작이 줄곧 동화집에서 나온다든지, 또는 동시집에서 나온다든지 했을 때 작품의 우수성보다는 장르의 편중성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동시, 동화 두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된다)

심사위원들은 그러한 문제점을 안고 먼저 동화집 심사에 들어갔다. 동화집 3권은 모두 장편동화였으며, 한 권은 현 시대가 배경이 된 생활동화, 나머지 두 권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였다. 세 작품 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각기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문학적 완성도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었다. 그 결과 세 작품 다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고 보기엔 다소 역부족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늘날 한국동화의 문학성이 상업성에 위협을 당하는 부분이 있다고 여겨져 보다 높은 문학적 향기가 요구되는 현시점이라고 판단할 때 이에 부응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여기기엔 힘이 들었다. 따라서 자연히 동화 부분에서는 수상자를 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예년에 비해 동시집 출간이 활발했던 동시 부문 심사에서는 한국동시의 미래를 발전시키고 책임질 수 있는 작품에 관심을 두었다.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의 동시문학이 지나치게 전통적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마만큼 새로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느냐, 그리고 그 새로움이 문학적 설득력을 획득함으로써 한국동시의 새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느냐 하는 점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 결과 신형건 동시집 『콜라 마시는 북극곰』을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TV 광고에 등장해 콜라를 마시면서 자연적 삶을 훼손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북극곰을 통해 오늘 우리의 비자연적 삶을 동심의 눈으로 비판하고 형상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특히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를 주제로 삼은 점은 동시의 영역을 그만큼 확대시킨 부분이라 하겠다. 신형건 동시인은 그동안 『바퀴 달린 모자』 『거인들이 사는 나라』 등의 동시집을 통해 한국 동시단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긍정적 측면이 두드러진 시인으로 그 독보적인 개성이 이번 동시집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특히 동화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사물의 이미지를 새롭게 돋보이게 하는 점은 ‘이야기 동시’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특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구어체의 남발과 시로 승화되지 못하고 산문성이 강한 점 등이 그의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한국동시단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 그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아마 신형건 시인은 윤석중문학상 수상을 통하여 한국동시의 미래를 향해 보다 진지하고 성실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정호승․배익천․정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