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2009 동시집 『콜라 마시는 북극곰』으로 제5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윤석중 선생님과의 끝없는 만남

소식을 받은 날은 선친의 기일이었습니다.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25년 전 세월의 계단을 만 열아홉이라는 이른 나이에 문단에 나온 까닭에 어느덧 문단 경력이 25년째인 저에게 아동문학은 삶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동문학을 창작하는 이들과 더불어 서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일도 제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그동안 수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가장 강렬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윤석중 선생님과 의 만남입니다. 1990년 첫 동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펴냈을 때 평소에 제가 존경하는 몇몇 선 배, 원로 시인들께 책을 보내드렸더니, 어느 날 윤석중 선생님께서 한번 보자는 전갈을 해 오셨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서울역 앞 대우빌딩에 있는 새싹회 사무실로 갔 더니, 윤 선생님께서 오랜만에 만난 친지를 대하듯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그러고는 제 동시집을 읽은 소감과 더불어 그즈음 '해외동포 어린이 글짓기대회' 상품으로 그 책을 주었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지요. 저는 난생 처음으로 뵙는 자리여서 어렵기만 한데, 윤석중 선생님은 새로 창작한 동시 를 제게 보여주며 스스럼없이 소감을 묻기도 하셨습니다. 그즈음 윤 선생님은 『여든 살 먹은 아이』라는 동시집을 펴내셨는데, 그 동시집의 제목처럼 생기 넘치고 해맑은 아이로 보이셔서 저는 54년이라는 생리적인 연령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금 방이라도 어깨동무 하고 골목길로 달려 나가 신나게 어울려 놀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 다. 하지만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언젠가 또 뵐 날이 있으리라 제 마음 속으로 기약을 했지만, 그 후 <새싹문학>에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서 발췌한 시 10편을 재수록 한 것뿐이었지요. 그런데 그로부터 20여 년만에 또다시 저와 윤석중 선 생님과의 인연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제5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으로 제 동시집 『콜라 마시는 북극곰』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 저는 문득 1990년의 만남 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또 마지막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제 애창곡이었던 「퐁당퐁당」과 「낮에 나온 반달」을 만나고, 교과서에 선 생님의 동시 「먼 길」을 만나고, 동시 습작을 하던 시절 탐독하던 동시선집 『날아라 새들아』로 만나고, 그러다가 제 동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로 만나고, 이번에 '제5회 윤석중문학상'을 통해 선생님을 또다시 만나게 된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만남 은 앞으로도 끝이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제가 첫 동시집을 냈을 때 윤석중 선 생님께 받은 칭찬과 격려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제가 더 좋은 동시를 쓰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부족한 작품에 큰 상을 주신 새싹회와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한국 아동문학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후원을 해 주시는 (주)한국야쿠르트의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2009년 11월 신형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