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2010 동시집 『흑염소는 까매서 똥도 까맣다』로 제6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벼락같은 축복, 가일층의 노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죄송스럽고, 두렵고, 감사합니다.
새싹회로부터 '윤석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 저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깜짝 놀랐습니다. 미심쩍어 몇 번이고 되물어 농담이 아니었음을 확인한 후에는, 솔직히 기쁨보다는 죄송스럽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우리 아동문학의 텃밭을 열심히 갈고 닦아오신 여러 선배님들과 동료, 후학들이 기라성처럼 그 역량을 뽐내고 있는 이 때, 부족한 제가 받게 되어 그 미안함을 떨어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심장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차리자, 이번에는 이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상을 받은 자로서 마땅히 보여주어야 할 기대 역할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죄송스러움과 두려움의 시간이 겨우 지나가자, 비로소 제 마음속에 기쁨과 감사가 치솟아났습니다. '아,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이런 기쁨도 찾아오는구나!', '누구에게나 꿈의 성취는 허용될 수 있는 것이로구나!'하고 참으로 기뻤습니다. 춤이라도 추고 싶었습니다. 자연히 고마운 분들의 면면도 떠올랐습니다.
먼저 이 상을 제정하여 저에게까지 영광을 안겨주신 새싹회와 (주)한국야쿠르트, 부족한 제 작품을 추천해주시고 뽑아주신 여러 아동문학인과 심사위원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그 은혜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윤석중 선생님은 지금으로부터 47년 전인 1963년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저에게 아동문학의 길을 걷도록 이끌어주신 분이십니다. 선생님께서는 당시 시골에 묻혀 지내던 저에게 많은 격려와 지도를 내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 상은 선생님께서 다시 저에게 내리시는 채찍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에서 깨어나라는, 좀 더 치열하게 동시 쓰기에 매진하라는, 선생님의 사랑이 밴 꾸중으로 알고 경건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오늘의 이 영광과 격려를 잊지 않고, 생전의 윤석중 선생님께서 보여주셨던 진정한 어린이 사랑을 본받아, 어린이들의 건전한 성장과 행복을 위해 글을 쓰는 부지런한 동시인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0년 11월 문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