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2012 동화집 『사료를 드립니다』로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수상 소식을 안 것은 원주의 토지 문화관에서였습니다. 동화집 『사료를 드립니다』가 윤석중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어둑하던 방안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라는 지천명의 고개를 넘으며 저는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때로는 몸이 마음을 휘두르고, 때로는 마음이 몸을 지배하며 저를 괴롭혔지요. 실수투성이의 지난 삶들이 부끄럽고 후회스러웠고, 앞으로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제 삶의 결실인 작품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세상에 내놓은 작품들은 아쉬움 투성이었고 앞으로 전작을 갱신하는 글을 쓸 수 있을지도 자신 없었습니다. 수상작인 『사료를 드립니다』에 실린 동화들 중 몇 작품은 그러한 슬럼프의 끝자락에서 쓴 것들입니다. 오래간만에 단편과 중편 동화를 쓰며 이야기가 찾아와 깃들고 그것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기까지의 어려움이나 고통, 기쁨을 겪으며 저는 새로운 힘과 더불어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후회스럽고 자신 없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몫을 견디고 살아내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듯 작가로서도, 내가 쓴 작품이 절창이 아니라고 괴로워하기보다는 지금 현재 내 능력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꾸준히, 묵묵히 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본 영화 중에 ‘두려워하는 감정이 생기는 게 가장 두렵다’라는 젊은 주인공의 대사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뒤 두려움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인생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시기에 접어든 저는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두려워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쓰고자 하는 작품을 두려워하고, 독자를 두려워하고, 내 앞에 놓인 삶을 두려워하며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가겠습니다. 생전에 윤석중 선생님을 뵌 적은 없지만 선생님이 만드신 많은 동요와 함께 자랐습니다. 까마득한 후배에게 칭찬과 격려의 화환을 걸어주신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제 작품을 추천해주고 선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작품과 함께 거론됐을 훌륭한 작품을 쓰신 선생님들과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더 발전한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또한 사단법인 새싹회와 (주)한국야쿠르트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