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윤석중 문학상 심사소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겨레의 아픔
- 이상배 동화집『부엌새 아저씨』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동시집 3권, 동화집 4권 모두 7권이었다. 심사를 의뢰받은 심사위원 세 사람은 각자가 꼼꼼히 읽고 소견을 적어가지고 한 자리에 모였다. 각자 읽은 소감을 말하고 작품 하나씩을 들어 독자를 향한 진정성, 소재와 주제의 타당성,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상배 동화집『부엌새 아저씨』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는데 전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그 외 작품들도 세 자리 수가 훌쩍 넘는 추천작 속에서 엄선된 것인 만큼 수준이 만만치 않았지만, 동시에서는 어린이의 시각이나 의식세계를 넘어선 것, 시적승화가 부족한 것, 통속적 관념의 나열 같은 것들이 문제였고, 동화에서는 사건 전개의 개연성 부족, 지나치게 황당한 내용, 어린이들의 사고의 폭을 벗어난 세계 등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수상작『부엌새 아저씨』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년소설로 6ㆍ25를 겪은 부엌새 아저씨라는 한 어른이 자기의 비극적인 삶을 소년인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로 되어있다. 구성이 탄탄하게 잘 짜여 졌고, 소재가 엄청 무거운 것인데도 내용이 선명하고 안정되어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또 아름다운 문체와 침착한 문장의 전개에서 문학적 향기가 잔잔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전쟁이 터져 사람들이 모두 피란을 떠나는데도 어린 덕봉(부엌새 아저씨)이는 도붓장사 나간 아버지, 어머니와 학교에 간 형을 기다리며 마을에 남게 된다. 혼자 남은 덕봉이는 마을에 들어온 인민군에게 잡혀 호구조사 등에 부역하다가 은행나무 썩은 둥치 속에 숨어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멀리 떠난 줄만 알았던 마을의 야학선생과 천도아저씨가 은행나무 밑으로 찾아온다. 마을을 떠난 사람들이 금적산에 숨어있는데 모두 굶주려서 양식을 가지러 왔다고 했다. 그들이 양식을 가지고 떠난 후 다시 인민군에게 발각된 덕봉이는 어쩔 수 없이 마을 사람들이 숨은 곳을 말한다. 결국 금적산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되고, 그 죄책감과 아픔을 가슴에 안게 된 덕봉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의 무덤이 있는 비석골을 찾아 참배하며 평생을 부엌새 아저씨란 이름으로 떠돌이 생활을 한다.

우리 아동문단은 인구도 참 많이 불어났고 좋은 작품도 풍성하게 창작되고 있지만 동존상잔을 겪은 아픔을 생각해 보도록 하는 작품이 많지 않아서 지금까지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도 우선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작품의 주제도 관심이 가지만 전체적으로 큰 강줄기를 바라보는 듯한 내용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영상을 보는 것만 같은 선명한 무대설정도 돋보인다. 반면 덕봉이의 아픔이나 같은 민족끼리 살육전을 벌였던 배경과 비명에 간 사람들의 슬픔을 요즘 어린이들에게 어느 정도 실감나게 할까하는 점은 이번 작품에서 좀 더 생각해볼 과제로 남는다.

심사위원 : 김종상(동시인)ㆍ소중애(동화작가)ㆍ송재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