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2013 동화집 『부엌새 아저씨』로 제9회 윤석중문학상 수상

덕빙이 아저씨께 죄송하고, 이 기쁨을 드립니다

수상 전화를 받고 기뻤습니다. 문학상 소식에 이렇게 마냥 좋은 적이 없었습니다. 큰 선물을 안겨준 새싹회, 한국야쿠르트, 그리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주 오래 전, 춤 평론가인 조동화(월간 ‘춤’ 발행인) 선생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울산에 서덕출 시인이 있는데, 그는 하늘과 오동나무만 내다보이는 가난한 들창 곁에서 외롭게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련한 기억 속에 있는 ‘연못가에 새로 핀 버들잎 따서요…….’라는 동시를 지은 분이지요. 이 시를 읽은 청년 윤석중이 어느 날 두 친구와 함께 서덕출 집을 찾아갑니다. 지면에서 시를 읽고 서로 그리워하던 친구들은, 장애를 갖고 있는 서덕출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 비 오는 그 밤을 꼴딱 새워 이야기를 나누고, 슬프고 아름다운 밤을 기념하기 위해서 함께 노랫말을 지었습니다. ‘오동나무 비바람에 잎 떠는 이 밤, 그립던 네 동무가 모였습니다. 이 비가 개이고 날이 밝으면 네 동무도 흩어져 떠나갑니다.’로 이어지는 노랫말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1994년 4월 17일, 중국 연변의 시인 한석윤(조선족어린이신문 발행인) 선생님을 모시고 윤석중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그때 제가 위에서 읽은 내용을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60년이 훨씬 지난 그날을 회상하며 눈에 선한 듯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저는 눈앞에 영상이 그려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얼굴도 보도 못한 친구를 찾아가 아름다운 시를 짓고 함께 밤새워 이야기하고 눈물 짓는 선생님의 마음이 아름다웠습니다. 제 가슴에 그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수상작품에 등장하는 덕빙이 아저씨, 기억하기도 싫은 전쟁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던 우리 아버지. 열두 살, 아홉 살 나이에 피난가면서 이불 보퉁이와 살림 보퉁이를 머리에 이고, 지게에 지고 눈길을 걸어간 누나와 형, 그리고 갓난아기(형)에게 안 나오는 젖을 물리며 종일 눈물을 짓던 어머니. 이렇게 무섭고 척박한 세월을 살고 가신 분들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 기쁨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