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나무

 

  정민기(책벌레)

 

 

 

  고추가 많이 달려 있지만
  한 번도 오줌 싸는 걸
  내 눈으로 본 적이 없다

 

  여행 가서 사 오는 기념품처럼
  할머니가 밥 먹을 때마다
  몇 개씩 따 오신다

 

  혹시 할머니가 밤에 몰래
  고추나무 고추를
  하나씩 잡고 ―쉬 쉬
  하시는 건 아닐까

 

 

 

―지은 책으로 동시집 《우주인》, 시집 《낮달》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