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6구에 담긴 정제된 동심

이재순 동시조집 『귀가 밝은 지팡이』(고요아침. 2018.10)

화제의 책으로 선정된 동시조집『귀가 밝은 지팡이』는「한국동시문학회」의 올해의 동시집으로 선정된 책이기도 하다. 이재순 씨는 시력 28년의 중견시인이다. 이 작품집은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그의 시적 역량을 아낌없이 보여준 우수한 작품집이었다.

그는 따듯한 감성과 사랑의 마음으로 사물을 조응하며, 내면에 있는 재미, 봉사, 배려, 아픔 등을 참신한 이미지와 정제된 시어로 맛깔스럽게 형상화하였다. 무엇보다 사물에 대한 색다른 접근과 감각적인 표현은 참신하였다. 특히 높이 평가된 것은 그의 동시조가 고유의 운율과 동심이 조화를 이루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사랑채 마루 끝에 가만히 졸다가는//

할아버지 기침소리에 후다닥 깨어나서//

앞장서 걸어 나가네, 귀가 밝은 지팡이

『단짝』전문

시조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며 전승된 장르이다. 동시조 역시 시조의 3장 6구 45자 내외의 정형시다. 이재순 씨의 동시가 매우 정제되고 단아한 심상인 것과 같이 동시조 또한 그러하다. 동시조는 어쩌면 동시보다 더한 명징함과 간결함이 요청된다.

인용한『귀가 밝은 지팡이』는 할아버지와 지팡이의 대등한 관계설정을 통해 일상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정형화하였다. 시는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는 말이 있다. 지팡이를 짚고 문을 나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발상과 표현이 발랄하고 배려의 감성이 시를 읽는 기쁨을 주고 있다.

미루나무 높이높이/ 까치네 둥우리//

시장 간 엄마 아빠/ 어디쯤 오고 있나//

깟깟깟/ 지저귀면서/ 소리로 마중가네

『까치네 아기까치』전문

까치소리는 우리에게 행운의 소리다. ‘소리로 마중가’는 아기까치의 반가움을 향토적 서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근래 사물의 의인화를 통한 일부 동시들이 비약이 심하고, 억지스러운데 비해 우리 고유의 정서를 시조의 그릇에 무리 없이 담았다.

작품『출렁출렁 출렁다리』에서는 ‘가슴은 쿵쾅대고/ 다리는 후들후들// 마음은 건넜으나/ 걸음은 제자리걸음// 다리가/ 다리를 잡고/놓아주지 않는다’ 와 같이 출렁다리를 건널 때의 심리적 상태를 ‘다리’라는 같은 음, 다른 뜻을 살려 리듬감 있게 형상화하였다. 이러한 리듬감은 동시조에서 운율로 환치되며,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리고『애기동지』,『소나기밥』 등 고유한 우리말의 언어적 질감을 살린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하청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