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현석이는 4학년 남자 어린이다.

또래보다 키가 작고 몸이 마른 데다 축구나 말타기 놀이도 잘 못 해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다. 왕따를 당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토피 피부염 때문이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늘 외톨이인 셈이다.

집에서도 혼자일 때가 많다. 아빠는 외국에서 건축일을 하는데 여섯 달에 한 번 집에 오고 엄마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야 돌아온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 현석이는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가게 된다.

엄마가 매일 밤 정성껏 약을 발라 주어도 낫지 않는 피부병을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고쳐보고 싶은 어른들의 욕망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할아버지를 따라 시골길에 오른 현석이는 그곳에 아무런 흥미도 설렘도 없다.

산골 길로 접어들면서 덜커덩 쿵 덜커덩 쿵 현석이가 탄 버스는 금방 주저앉을 것 같아 겁이 났다. 현석이는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었고 그럴 때마다 짜증이 났다.

그보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현석이를 위해 지었다는 할아버지네 토담집이었다. 흙으로 벽을 쌓고 억새로 지붕을 덮은 초가였는데 안채와 한 울타리 안에 거의 붙어 있었다. 넓은 대청마루가 있는 안채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할아버지는 황토집이 몸에 좋은 거라며 방문과 창문 모두 창호지를 붙였고 바닥도 장판지를 깔았다고 하셨다. 그래도 현석이는 심통이 났다.

낯선 방인데도 단잠을 잘 수 있었던 게 신기했다.

다음 날 아침에 만돌이라는 새 친구가 찾아왔다. 현석이와 놀아주라고 할머니가 데려왔는데 키가 커서 큰 형이나 삼촌 같았다. 그런데 11살, 같은 4학년이라는 게 이상했다.

만돌이는 생각과 행동이 어른스럽고 마음도 착하고 너그러웠다. 현석이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해도 참고 잘 받아주었다. 현석이도 차츰 만돌이를 좋아하게 되고 친한 사이가 되었다.

만돌이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음식을 가리고 맛없으면 타박하던 현석이 와는 달리 먹는 것은 뭐든지 고마운 마음으로 먹는다. 거기다 부지런해서 자기 일은 스스로 하고 어른들 일손까지 척척 도와드린다.

시나브로 현석이는 만돌이를 닮아가게 되었다.

피자, 햄버거, 돈까스만 찾았었는데 된장국, 열무김치, 취나물, 곤드레 무침 들도 맛있게 먹었다.

아직은 몸이 약해서 뙤약볕 아래 밭일은 돕지 못하지만, 그런대로 시골 생활에 적응되어 갔다.

길 잃고 병든 새끼 멧돼지를 할아버지가 산에서 데려다 키워 돌려보낸 장쇠하고도 정이 들었다.

현석이는 만돌이와 함께 장쇠네 집을 찾아가다가 산에서 길을 잃었다 살쾡이를 만나 위험했었는데 장쇠가 나타나 구해주었고 도깨비불(?)이 길을 안내해 주었다.

둘이는 도깨비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현석이는 만돌이를 따라 그곳 솔꽃 초등학교에 가 보았다. 얕으막한 동산이었는데 빙 둘러 소나무가 드리워져서 솔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당직 선생님의 안내로 교실도 구경할 수 있었고 복도에 전시된 어린이들의 활동 모습 사진도 보았다. 전교생이 17명이었다.

산에서 만났던 도깨비불의 주인공이 손전등을 밝혀준 산 할아버지였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어느 날 현석이는 거울 앞에 섰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얼굴에 다닥다닥 붙었던 딱지들이 떨어져 나가고 그 자리에 분홍빛 새 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짓물러 끈적거리던 자리도 구득구득 말라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가 약을 갖고 오시면 자기가 발랐다고 건너뛴 날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돌이랑 이웃돕기 일도 하면서 다른 친구 방울이도 사귀게 된다.

방울이는 가난해도 명랑하고 행복하게 사는 아이다.

산짐승과 산새들이 관객이 되는 산 할아버지의 풀피리 연주에도 참석하며 현석이는 즐거운 시골 생활을 이어간다.

개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현석이 아빠와 엄마가 다니러 내려왔다. 현석이가 훌쩍 커져 있고 아토피도 사라진 건강한 모습에 감격한다.

솔꽃 초등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현석이의 말에 어른들은 모두 찬성이었다. 아빠 엄마도 직장이 정리되는 대로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시골에서 살기로 약속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