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소재가 재미로 이어지는 동시 읽기

서금복 동시집 『우리 아빠만 그런가요?』 청개구리(2020. 2)

서금복시인은 수필가로 등단하고(1997년), 동시(2001년), 그리고

시로 등단하여(2007년) 욕심껏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서금복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을 펼친다. 음악은 익숙한 곡이어야 몰입이 되고,

아는 화가의 그림에 먼저 눈과 마음이 다가 가듯이 시도 그와 다르지 않다.

시인의 글도 그런 낯설지 않음이 있어서인지 들어가는 글로 씌어진 ‘시인의 말’부터 눈길을 끈다. 그 제목이 ‘남자의 일생’이다. 모 가수가 애절하게 부른 노래 제목이 ‘여자의 일생’이 아니던가? 노래의 애절함은 먼저 노랫말에 있었다.

남자의 일생에 대해 드러내 놓고 얘기한 것,을 과문한 탓인지 자주 접해 보지 못했다. 남자의 일생을 탈무드에 비유하여 다소 측은하게 표현하였지만, 결코 그것이 전부가 아닌 시인의 시는 재미로 이어지게 한다.

서금복의 시집<우리 아빠만 그런가요?>는 56편의 시를 4부로 나누고,3부에는 남자 주로 아빠에 대한 소재로 묶은 점이 특이하다. 아기에서 소년으로 그리고 아빠, 다음 차례는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남자의 일생’ 여기서 한 편의 시를 만났다.

“네 아빠가 성공했구나. 결혼하기도 어렵고 애 낳기도 어려운 세상에//

너처럼 멋진 애를 낳았으니 말이다.”

-‘성공한 아빠’의 일부

한 편의 동화 같은 스토리가 있는 이 시가 궁금하면 전문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여느 집 거실에 자리 잡고 있을 소파, 연속극 보던 엄마를 잠재우고(밤) 잠이 덜 깬 형을 잠깐 재우고(아침) 형이 화장실 간 틈새 나를 쉬게 해주는 그 자리가 ‘잠 정거 장’이라 표현하였다, 이 시도 재밌다.

백 년 만에 내린 큰 눈으로

길이 숨고

비닐하우스가 오그라들었다

‘눈이 오시네’하던 사람들이

‘그놈의 눈 또 오네’한다

그 소리에 오늘 아침

눈이 울었다

-‘진눈깨비’전문

‘눈 또 오네’했던 1인으로 눈을 울게 만든 이 시를 소개한다. 조미료 치지 않은 산뜻한 시다. 단순하지만 사물을 보는 세밀한 눈이 느껴진다. 대체로 서금복시인의 시는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따뜻하고 넉넉하고 희망적이다. 독자는 시를 읽으며 모성으로 이어지는 포근함과 시가 주는 즐거움을 받으리라 생각한다. 지면이 넉넉하지 않아 많은 시를 소개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화제의 책으로 추천 한다.

이 지면을 통해 한 가지 양해를 구하는 것은 ‘화제의 책’이 연간이 된 새싹문학의 발간 사정으로 흔히 말하는 ‘유통기간’이 지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많은 동시집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발간되고 있고, 그에 호응하지 못함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화제’는 시간을 극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추천위원들은 열심히 ‘화제의 책’을 눈여겨보고 있다. 새싹회 홈페이지에 ‘화제의 책’은 분기별로 앞서 올려지고 있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글 정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