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맛을 간명하게 그려낸 동시집

박정식 동시집 『비디오 판독 중』 아침마중(2020. 2)

올해 초, 새로운 동시집을 여러 권 받았다. 동시집이 많이 출간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만큼 동시인들이 많이 활동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박정식 동시집 『비디오 판독 중』은 시적 감성을 잘 살려내어 시의 맛을 더해주고 있다. 총 52편의 동시를 4부로 나눈 이 동시집은 대부분 자연과 사람의 이미지를 간단하고 선명하게 그려내었다. 책 뒤에 발문을 쓴 박두순 시인은 ‘지구의 중심인 자연과 사람을 52편의 시 비디오로 찍었다.’라고 했다. 그만큼 사물에 대한 의미를 아름답고 가치 있게 나타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동시집은 읽을수록 시의 맛을 더 느끼게 한다. 시의 호흡도 길지 않으면서 이미지를 간명하게 나타내어 더욱 그렇다. 기존의 동시와는 다르게 사물을 보는 눈도 새롭다.

구름+구름/하늘에 수학 문제/답이 뭘까?//

곧/비행기는 날아가고//

잠시 뒤/동동 구름도 사라지고//

나중엔/온통/푸르디푸르다//

정답=완전 맑음!

-<수학 문제> 전문

하늘의 변화되는 모습을 ‘수학 문제’로 본 시인의 생각이 새롭다. 아무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지막 행의 ‘정답=완전 맑음’이 「수학 문제」의 시적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아마도 시인의 특이한 시적 감성이 이런 시를 빚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가 하면 사람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담은 작품도 여러 편 있다. 「자동 이체」, 「에스컬레이터」, 「자리 비켜주기」 등 여러 작품에서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저렇게 사람들을/등에 지고/고갯길 오르내리다니//

다리 아프겠다./허리도 아프겠다.//

밤잠 잘 땐/끙끙 앓겠다.//

여섯, 우리 가족을 등에 진/아빠가 생각 나//

오늘은 에스컬레이터/차마/못 타고//또박또박 계단을/걸었다.

-<에스컬레이터> 전문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아버지를 생각한다. 여섯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아버지가 등에 진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결국은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오르게 한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정을 자기가 경험한 사물에 담아 놓은 것이다. 이게 시인의 마음이다. 이처럼 자연과 사람, 거기서 나오는 따뜻한 향기를 시적 감성으로 살려낸 동시집이 바로 『비디오 판독 중』이다. (글. 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