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가 잊혀진 전쟁이라고?

이규희의 동화 『장진호에서 온 아이』 스푼북(2020.6.25)

우리 역사의 갈피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동화작가 이규희가 한국 전쟁 70주년에 또 한 권의 무게있는 작품을 내놓았다.

『장진호에서 온 아이』. 장진호가 눈에 익지 않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장진호는 함경남도 장진군 장진강을 댐으로 막아서 만든 인조호(人造湖)로 일제가 수력발전을 위해 조성한 호수다. 장진호 아랫마을인 하갈우리 아이들에게 장진호는 계절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이 작품은 손에 잡히는 부피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서사를 간결하게 축조해내는 작가 특유의 정갈함과 절제로 이야기 결을 이끌어가고 있다.

조상 대대로 일구어온 기업 <함흥목재>를 공산당에게 빼앗기고, 숨어서 버티던 강우형 강식이도 학생복 대신 인민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끌려간다. 인천 상륙 작전에 성공한 미군이 하갈우리에 나타난 것은 호수가 꽁꽁 언 11월이었다. 그러나 중공군이 개입하며 미군은 밀리기 시작했고 공산당의 잔혹함을 맛본 주민들은 철수하는 미군을 따라 피난길에 오른다.

전쟁으로 이미 와해되어 버린 강우네 가족. 강우 어머니와 강우 남매만이 미군을 따라 피난길에 오른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남쪽으로 가는 중에 강우는 마침내 흥남부두에 도착했지만 피난 중에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잃고 혼자가 되고 만다.

미군을 따라온 피난민들에게 흥남부두는 희망의 항구가 아니었다. 부두의 엘에스티[LST]들은 피난민을 위한 배가 아니고 군인들의 후퇴를 돕는 배였다. 추위와 허기를 이겨내며 미군을 따라온 피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른다.

기적은 강우가 흥남부두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 일어났다.

“미군 통역을 맡은 현봉학이란 의사하고, 남조선 의사가 피난민을 태우지 않으면 국군도 배 아이 타고 몽땅 육로로 걸어 철수한다고 겁을 줬다오. 그랬더니 피난민 버리고 가자 했던 미군 장교가 배에 실었던 군수품을 버리고 피난민 태워 주기로 했다는구마. 피난민 대부분이 기독교인들인데 여기서 버려지면 공산당 손에 다 죽을까 허락했다오.”

우여곡절 끝에 강우는 포로수용소가 있는 거제 장승포에 도착한다. 그리고 사탕 장수를 하며 가족들을 찾아 다닌다. 거제도 피난민 중에 가족들이 있지 않을까, 인민군과 중공군들이 수용되어 있는 포로 수용소에 인민군으로 징집된 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날마다 가족들을 찾아다닌다. 형을 찾기 위해 사탕장수를 하며 포로수용소 철조망 안을 기웃거리던 어느 날 강우 앞으로 구슬이 또르르 굴러왔다. 형, 강식이가 인민군 징집을 피해 움에 숨어 있을 때 형에게 주었던 파란 왕구슬과 똑같은 왕구슬이었다. 그걸 찾으러 인민군 포로가 철조망으로 다가오고… 구슬을 통해 만나는 형제의 모습은 감동적이고 가슴 서늘하다. 이규희는 가슴 아픈 이산가족의 아픔을 구슬이란 동심으로 감동적인 연출을 해낸다.

미국에서는 6·25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 부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6∙25, 70주년을 며칠 앞두고 북한은 개성공단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며 그동안 어렵게 쌓아놓은 평화의 탑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장진호에서 온 아이』에 담겨있는 남북의 갈등은 70년이 지난 오늘도 사라지지 않았다. (글·송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