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눈으로 찾아낸 동심

-한상순 동시집 『세상에서 제일 큰 키』 도서출판 걸음 (2020.5.20)

한상순 동시집 『세상에서 제일 큰 키』는 앞서 나온 동시집과는 좀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이미 다섯 권의 동시집에서 보여준 자연과 사물 이미지와는 달리 ‘생활 속 동심 찾기’에 시적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자연과 인간관계를 다룬 작품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 일상생활과 연관된 작품들이다. 따라서 작품을 읽을 때마다 친밀감을 느낀다.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한 번 더 생각을 하게 하고, ‘나도 저렇게 했나?’하면서 시의 맛을 느끼게 한다. 한상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우리 모두에게 ‘생각의 눈’이 하나씩 달려있다고 한다. 그 생각의 눈으로 보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물의 마음까지도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봐라!//오늘 아침 저 틈새/큰일을 해냈다.//

노란 민들레/노란 씀바귀//

저 꽃 피우느라/제 몸 더 갈라져 아팠을/틈새//

햇빛 한 줌/빗물 한 모금//

절대/허투루 쓰지 않아/틈새는.

-<틈새정신> 전문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보도블록 틈새에 노란 민들레와 씀바귀가 돋아나 있다. 그것을 본 시인은 보도블록 사이의 틈새정신을 생각한다. 아마 ‘생각의 눈’을 가진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햇빛 한 줌, 빗물 한 모금을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틈새정신을 우리 인간의 삶과 빗대어 나타내었다. 보도블록 위를 걸을 때마다 그 틈새정신을 생각하고 또 다른 생각의 눈을 가진다면, 그게 시적 공감이 아닐까 싶다.

꼬투리 속/콩은/어떻게 참았을까//

콩콩콩/뛰어 다니고 싶어서.//

꼬투리 속/참깨는/어떻게 참았을까//

폴폴폴/고소한 냄새 날리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을까> 전문

내가 둥글둥글하다고/늘 둥글둥글하진 않아/나도 뿔날 때가 있거든//

옆구리 터지도록 채였는데/골인 못하고/골대 맞고 튕겨 나올 때 있지?//

그때가 바로/내가 뿔 날 때야//

진짜 뿔나!

-<축구공이 뿔났다> 전문

위 두 작품도 모두 생각의 눈으로 그려낸 동심 시다. 콩 꼬투리 속, 참깨 꼬투리 속 씨앗들의 생각을 스스로 체험한 듯 동심을 잘 살려내었다. 「축구공이 뿔났다」도 마찬가지다. 마치 시인이 축구공이 된 것처럼 축구공의 마음을 생각의 눈으로 읽어낸 것이다. 이렇게 한상순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생각의 눈으로 그려낸 작품이 많아서 독자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글·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