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준다면

이지현 청소년소설 『소년은 자란다』 단비청소년 (2020.2.15)

언제부터였을까, 신문이나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폭력기사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마음 아픈 건 가정폭력, 학교 폭력에 관한 뉴스를 볼 때이다. 이지현의 <소년은 자란다>도 그런 폭력을 다른 작품이다. 나는 책을 펼치자마다 마지막 장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작품의 배경인 서촌, 인왕산, 종로도서관, 황학정, 인사동 등 낯익은 지명들이 한층 몰입도를 높여주고, 주인공 영우의 심리가 리얼하게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궁녀나 내시, 중인들이 살던 서촌은 양반들이 살던 북촌에 비해 집의 규모도 작고 조붓한 골목을 따라 이어진 지붕들이 정겨움을 주는 곳이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주인공 영우와 엄마가 몰래 숨어 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리라. 하지만 영우는 또 다시 이유도 없이 동네 불량배들에게 폭력을 당하면서 더욱 큰 두려움에 빠지고 만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이런 영우의 상처를 어떤 방식으로 치유해줄지, 어떤 해결책을 얻게 해줄지 그 귀추가 자못 궁금했다.

아, 그런데 작가가 찾아낸 방법은 다름 아닌 사람이었다.

“억울하고 분할 때는 돌멩이라도 걷어차야 돼. 안 그러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어.”

주인집 할아버지. 어딘가 고약하고 심통 맞아 보이는 할아버지는 겁에 질린 영우를 밖으로 끌어내 택견을 가르쳐주기 시작하였다. 누군가의 손길, 말 한마디가 어린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영우는 이처럼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택견을 배우면서 실력이 늘어나듯 점점 두려움과 맞설 용기를 얻게 된다.

“졸지 마, 이 놈아.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는 거 아니야.” 라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영우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고,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피해 다시 멀고 먼 영주 산 속까지 도망가서 표고버섯을 키우는 무광아저씨와 살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영우는 ‘나는 옛날의 이영우가 아니에요.’라고 말할 만큼 단단한 아이로 자라났다. 작은 나무가 우람한 큰 나무가 되듯 이젠, 영우와 엄마를 찾아내라며 외할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른 아빠에게 당당히 맞설 만큼.

나는 이 땅의 모든 폭력 피해 아동 청소년들이 영우처럼 불의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주인집 할아버지처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선뜻 손을 내미는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글·이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