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과 은유에 의한 참신한 이미지의 시

이상현 동시집 『‘쉼표’ 찾기』 삼성당 (2020.3.25)

이상현 씨는 1962년《경향신문》신춘문예 당선 및 1979년《현대시학》에 시로 등단한 원로 동시인이며 시인이다. 그는 1960년대부터 근년까지 동시와 평론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다. 그의 동시는 의미를 배제하고 이미지의 효과를 중시하였다. 대표작으로 회자되는「스케치」는 명징한 이미지와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집 󰡔‘쉼표’ 찾기󰡕는 󰡔이상현 동시선집󰡕(2015) 이후 5년 만에 발간된 동시집이다. 수록된 작품 전편을 관류하는 것은 지금까지 천착해온 이미지즘에 중심축을 두고 있다.

냇가에/사냥 나온 두루미//냇물에 뜬 작은 하늘을/ 힘껏 물어 당기고 있다.//

햇빛에 반짝이는/긴 부리//꿀꺽!/한 입 가득 삼킨다.//

두루미 부리에/파아란 하늘 묻었다.

「두루미」전문

｢두루미｣는 앞서 말한 이미지즘에 충실하고 있다. 특히 ‘당기고 있다. 삼킨다. 파아란 하늘 묻었다’의 표현은 시선의 이동을 통한 시각적 이미지로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마치 우리가 냇가에서 두루미의 움직임을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첫 연의 ‘-하늘을/ 힘껏 물어 당기고 있다’ 와 같은 빼어난 표현은 동심과 시심의 유기적 결합으로 시적 감동을 준다. 또한 짧은 시행 전개로 인한 경쾌함과 종결 어미를 ‘당기고 있다. 삼킨다. 묻었다’ 와 같이 동적 이미지를 배치함으로서 당시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는듯하다.

나는/‘쉼표’를 잃어버렸습니다.//날마다 찾아도/보이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놀이터에서/‘쉼표’를 가지고 놉니다.//

나의 ‘쉼표’는/어디 있을까?//엄마가 꼭꼭/숨겨둔 건 아닐까?//

엄마는 나 모르게/혼자 웃습니다.

「‘쉼표’ 찾기」전문

표제가 되는「‘쉼표’ 찾기」는 오늘날 어린이의 생활 모습을 ‘쉼표’ 에 빗대어 창출하였다. 쉴 틈 없이 힘겨운 공부에 시달리는 현실, 친구들은 놀이터에서 즐기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속내가 애절하게 녹아있다. 그런데 엄마의 미소는 시적 화자를 더욱 아프게 한다. 그 미소는 어찌 생각하면 화자, 즉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어머니는 자신의 꿈을 화자를 통해 대리만족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일상의 글감을 개성적인 시각으로 상징과 적절한 은유를 활용하여 참신하게 형상화하였다.

이상현 씨는 머리글에서 ‘이 작은 시집을 통해 어린이들이 잠시나마 가슴의 문을 활짝 열고 나와 창밖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중략- 어린이들의 발걸음을 조금 천천히 그리고 어깨를 좀 더 가볍게 해주는 ‘아름다운 쉼표’를 찾아주고 싶습니다.’ 라고 했다.

이처럼 그의 어린이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며,「‘쉼표’ 찾기」에 투영된 동심과 시심은 지금까지 조금도 바래지지 않고 파랗게 빛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집은 가벼운 입말체와 말놀이에 경도된 오늘의 동시 흐름에 하나의 전범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글·하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