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된 사물로 어린이의 마음을 잘 그려낸 시

정영애 동시집 『나무에 달린 사이시옷』 청개구리(2021.12.27)

정영애 시인은 1999년 <아동문예문학상>으로 등단을 했지만, 이제 첫 동시집을 내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시의 세계가 길어진 만큼, 이 동시집에 담긴 시들은 어린이의 마음과 일체를 이루고 있다. 책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나무에 달린 사이시옷’이라니 참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책 속에 담긴 시들도 이러한 발상으로 쓴 작품이 「나무 아파트」, 「청바지 가방」, 「감나무 주차장」, 「봄동 책방」 등 여러 편 있다. 자연과 이웃,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은유적으로 그려내어 동심의 향기를 재미있게 나타내고 있다.

우리 동네/오래된 책방은/봄동 배추 같아요.//

아침 해가/초롱초롱 반짝일 때/배추 첫 잎 같은/문을 열지요.//

추운 겨울/햇볕 모으고/서리 맞으며/써 내려간/봄동 같은 이야기//

배추책 잎맥 갈피마다/숨어 있을 거예요./

글쓴이가 직접 독자에게/써 주는 새봄 이야기//

알싸하고 달큰한/봄동 맛을/읽어 보세요.

-「봄동 책방」 전문

동네에 있는 오래된 책방을 우리가 즐겨 먹는 ‘봄동’에 비유해서 나타내었다. 아침 해가 반짝일 때 문을 열고, 온갖 이야기들이 봄동의 잎맥처럼 책 속에 담겨있다는 시인의 생각을 은유적으로 그려내었다.

장롱에서 잠자고 있던/아빠의 낡은 청바지//

싹둑 잘리고/박음질로 꿰어져/신발 가방 되었다.//

든든한 아빠 같은/튼튼한 손가방//

운동장을 누비던/흙 묻은 운동화를/꼭 안아 준다.

-「청바지 가방」 전문

장롱에서 잠자고 있던 아빠의 낡은 청바지로 ‘신발 가방’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그냥 만든 과정만 나타내었으면 별 것 아니지만, ‘든든한 아빠 같은 튼튼한 손가방’이라고 했다. 아빠에 비유한 손가방, ‘흙 묻은 운동화를 꼭 안아 준다’는 마지막연이 이 동시를 자꾸 생각하게 한다.

이처럼 정영애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들의 마음을 차분히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글•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