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사귀고 싶은 선우의 좌우충돌 성장기

- 문정옥 동화 『막말쟁이 탄생기』 스푼북(2022.09.05.)

‘바르고 고운 말을 쓰자’라는 문구는 이제 구태의연해진 세태가 된 것일까.

요즘은 뜻조차 가늠이 안 되는 줄임말과 거침없이 짧고 강한 용어들이 난무하는 게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우려를 일깨우고 가라앉힐 반가운 동화 <막말쟁이 탄생기>가 출간되었다.

낯선 곳에 이사 온 선우가 자기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친구들 사이로 들어가고 싶은 간절함이 빚어낸 좌우충돌 사건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은석이를 열심히 관찰해 보니 그 힘은 몸에서만 나오는 것 같진 않았어. 걔는 말도 거칠거든. 내가 보기엔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거나 겁먹게 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도 받고 힘도 더 세 보이는 것 같아. 나는 은석이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싶어. 내가 은석이보다 힘은 세지 않으니까 방법은 딱 하나야.

은석이보다 더 세게 말하기!

이렇게 쉬운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니 억울해. 나 이제 정말 보물을 찾았어.

깨끗한 종이에 내가 찾은 보물을 정성껏 썼어.

“막말은 힘이다!”

반에서 가장 힘 있고 인기 좋은 은석이가 부러운 외톨이 선우의 어리석은 결심과 실행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자꾸만 막말을 하는 선우에게 ‘생각없이 한 말이 오히려 힘주어 때린 것보다 오래 가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해 주시는 할머니.... 괴롭히는 이들한테서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점점 사나워질 수밖에 없다는 길고양이의 비유도 따뜻한 충고로 가슴에 스며든다.

모두 내게 웃으며 다가오다니!

아이들은 나를 안고, 치고, 등을 두드리고 난리를 떨었어.

마음이 울렁울렁 눈물이 날 석 같고, 가슴이 벅차올랐어.

잠시나마 ‘막말은 힘이다!’라고 믿었던 선우에게. 운동회 날 단박에 화합하여 친구가 되는 순간은 명쾌한 감동이다.

문정옥 작가 특유의 산뜻하고 유려한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선우’의 독백을 놓칠 수 없게 한다.

어른들은 언제나 정확한 표본으로 틀에 박힌 교훈을 전하려 하지만, 순수한 어린이들에게는 또 그들 나름의 인정과 질서가 살아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작품.

상대적으로 편협한 어른들의 이중적 사고나 시기심과는 결이 다른 순수함이 곳곳에 돋보인다.

저학년 눈눞이에 맞는 삽화와 더불어, 행복한 유년을 선사할 기대되는 작품이다.

(글•백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