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먼저 읽어야 하는 시

- 최춘해 동시집 『말 잘 듣는 아이』 브로콜리숲(2022.11.11.)

이번 ‘화제의 책’은 최춘해 원로시인의 동시집

‘말 잘 듣는 아이’를 소개합니다.

올해가 방정환선생이 어린이를 위해 만든 ‘어린이날’ 100주년이 되는 해.

선생의 뜻을 받들어 무엇보다 어린이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당당한 어린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동시집을 펴냈다는 시인의 말을 옮겨 봅니다.

쑥쑥 자라야 할 나무를 주인 마음대로 만들어 제대로 자랄 수 없게 만든 분재처럼, 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로만 키워서는 안 된다는 노시인의 간곡한 바람이 다섯 마당으로 나눈 시집 60편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등을 굽혀서

김을 매다가

허리를 펴면

몸이 편하다.

내 짝과 다투고

말도 안 하면

내 마음이

불편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고

사과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굽었던 마음이

펴진 것이다.

-편다는 말

‘마음이 편한 것은 굽었던 마음이 펴진 것’이라는 시인의 삶과 지혜와 철학을 어린이들이 읽고 쉽게 알게 하는 ‘편한’ 시를 소개했습니다.

우리는 늘상 ‘말 잘 들어라’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어른이 되어서는 그 말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답습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른의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이라는 생각으로 자녀를 교육하고 있지는 않았나요? 고개 끄덕이고 계시겠지요?

‘말 잘 듣는 아이’에 대해 시인은 시로 말씀합니다. 어린이의 생각을 먼저 존중해 주어라, 고요.

험한 고비도/ 욕심을 못 버리면/고통이 되고/마음을 비우면/행복이 된다

-내리막길

저 바위가 저렇게 닳도록/오로지 한 길로만 흐른다//한 우물을 파라는/

강물의 말씀

-강물의 말씀

좁은 지면이라 여러 편을 소개하지 못합니다

이 시집은 학부모가 먼저 읽고, 자녀들과 함께 한 번 더 읽었으면 합니다.

시를 읽고 나면 잔잔하게 다가오는 마음의 흔들림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시인의 말씀이 그대로 시가 되었으니 따뜻한 잠언의 시집으로 남을 것입니다.

어른들의 ‘말 잘 듣는 아이’, 그 아이는 어쩌면 분재같이 자라고 있는 어린이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글•정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