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생각 더하기 아름다운 상상력

-한상순 동시집『거미의 소소한 생각』섬아이(2023.1.16)

지난 1월, 막 나온 동시집 여러 권을 받았다. 그중 한상순 동시집 『거미의 소소한 생각』을 눈여겨보았다. 좋은 동시집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한상순 시인의 여덟 번째 작품집, 참신성이 돋보인다. 작품 60편을 5부로 나눈 이 동시집은 새로운 생각에 아름다운 상상력이 더해져 재미가 있다, 작품 편 편, 소재에 대한 창의적 발상이 뛰어나고 순수한 동심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여 시의 맛이 한층 새롭다.

난 집을 크게 지을 테야./

기둥은 이쪽에서 저쪽 나무까지/ 길게 눕혀 받칠 테야./

방을 많이 만들 거야./ 천정은 안 얹을 테야./

집이 완성되면 가운데 방에 누워 하늘을 볼 테야./

구름에게도 말을 걸어볼 테야./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낮잠도 자볼 테야./

그러다 이슬비가 살짝 내려 준다면?/

이슬구슬을 꿰어 방마다 달아 놓을 테야./

어쩌면 구슬마다 무지개가 들어 있을 지도 몰라./

그 무지개 길을 가만가만 걸을 테야.//

깔따구야, 하루살이야./ 오늘 하루만 우리 집 좀 비켜 갈래?

-‘거미의 소소한 생각’ 전문

표제로 쓰인 이 작품은 의인화가 빛난다. 의미 깊은 거미 집 짓기 ‘시인의 말’ 속 ‘누구나 짓는 집 말고 다른 집, 밥을 얻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사색할 수 있는 집, 맘껏 맘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집, 그런 집’이 바로 동심 가득한 이 작품(집)이 아닐까 싶다. 시적 감성이 잘 드러난 끝 대목 ‘깔따구야, 하루살이야./ 오늘 하루만 우리 집 좀 비켜 갈래?’ 주제표현이 압권이다.

입 무거운 저수지 할아버지가/ 입을 연다.// 쩌엉//

얼음 창문을 열며 딱 한 마디// 쩌-엉!

-‘봄’ 전문

까맣다.// 새까맣다.// 꽃씨// 제 몸 익히느라/

몇 날 며칠 까만 밤을/ 꿀떡꿀떡 삼킨 탓이다.

-‘까만 이유’ 전문

이미지가 맑고 깨끗한 작품 ‘봄’은 두껍게 언 저수지 얼음 깨지는 소리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깔끔한 작품 ‘까만 이유’는 꽃씨가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까맣게 익었다는 내용이다. 간결하면서도 시의 완성도가 높은 두 작품, ‘쩌엉’ ‘쩌-엉!’과 ‘꿀떡꿀떡’이 명쾌하게 작품을 살리고 있다.

이처럼 이 동시집은 시적 감성이 풍부한 시인의 새로운 생각과 아름다운 상상력이 재밌게 표현되어 독자들의 마음을 끈다.

(글·박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