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나 생각을 재치있게 표현한 재밌는 작품

김춘남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효민디앤피(2023.07.01.)

책 제목부터 재밌다.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 ‘네버랜드 놀이터’에 멋진 꿈을 가진 재미있고 즐거운 캐릭터 아닌가. 표지 그림을 자세히 보면 더 실감 나고 웃음이 절로 난다.

이 화제의 책은 호기심 많은 김춘남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동시가 하나같이 맑고 밝다. 어느 작품을 읽어도 즐거운 재미 쏠쏠하다. 시인의 발랄한 동심과 톡톡 튀는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소리, 말, 글자 하나에까지 깊은 의미를 두고 시인의 상상이나 생각을 재치있게 표현한 점이 남다르다.

밤 늦은 시간까지/ 게임하다가/ 잠 좀 자려고 할 때//

엄마 대신/ 잔소리를 한다.//

책,책,책,책/ 책책책책/ !!!!!!!!!!!!

-‘시계초침도 잔소리 한다’ 전문

게임 하다가 밤늦게 잠을 자려는데 시계 초침 소리가 ‘책,책,책,책’ 들린다. 그 소릴 ‘엄마 대신/ 잔소리’라고 생각한다. 귀여운 동심표현이다. 시계 초침을 형상화한 ‘!!!!!!!!!!!!’에서도 ‘책책책책’ 초침 돌아가는 소리 들리는 듯하다. 상상력이 뛰어난 이 작품, 생동감 있게 이미지가 새롭다.

수술실 침대에 누운 엄마는/ 무서운지/

눈 감고, 입을 꼭/ 다물고 있었대.//

수술을 잘 마친 뒤/ 마취 상태에서,/ 큰 소리로/

한 마디 하셨대.// “우리 해솔이 사랑해!”

-‘위대한 잠꼬대’ 전문

수술실 침대에 누웠을 때와 수술 잘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의 엄마 심리 상태를 진솔하게 그린 감동적인 작품이다. “우리 해솔이 사랑해!” 엄마의 기쁨에 찬 이 한마디가 사람들을 미소짓게 하고, 심금을 울린다.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 사랑을 일깨워주는 ‘위대한 잠꼬대’다.

품을 줄 안다.// 나눌 줄 안다.

-‘귤’ 전문

놀라운 발견이다. 귤의 겉과 속마음을 꿰뚫어 본 시인의 혜안이 특별하게 보인다. 아량 있고 너그럽게 품으며 즐겁게 나눌 줄 아는 귤의 따뜻한 마음, 이게 시인의 마음이다. 깔끔한 동시 ‘귤’, 단순 명쾌하여 아이들이 즐겨 외겠다.

이 동시집 ‘키 작은 기린과 거인 달팽이’에는 이처럼 좋은 동시작품이 많다. 누구나 읽으면 재미있고 즐거워 활짝 웃게 된다. 무엇보다 고운 인성과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꿈과 희망이 솟는다. 모두가 기뻐할 것 같다.

(글 · 박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