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할아버지와 손 편지를 주고받는다. 할아버지와 손 편지를 주고받는 것을 안 내 친구들은 놀란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도 있는데 왜 굳이 손 편지를 주고받는 거야?”

다들 이렇게 물어본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나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여러 개 편지함에 꽂혀있는 편지 중에 우리 집 편지함에 꽂혀있는 편지가 제일 눈에 띈다. 나는 편지를 빼서 바로 봉투를 뜯어본다. 항상 똑같은 편지지이다. 나는 이 편지지가 싫었다. 나는 항상 아기자기한 편지지에 보냈는데 할아버지께서는 하얀 종이에 줄밖에 없는 편지지에 보내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명절, 할아버지께서 나를 방으로 부르시더니 주섬주섬 어떤 커다란 종이봉투를 꺼내주셨다. 나는 할아버지 방을 나오자마자 봉투를 열어봤다. 편지봉투, 할아버지가 평소 쓰시던 편지지, 우표가 들어있었다. 다 괜찮았는데 편지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그 편지지에 쓰다 보니 편지지가 편하고 예뻐 보였다.

할아버지의 손 편지 안에는 나를 걱정해주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들어있다. 날씨 때문에 항상 건강 조심해라, 공부 열심히 해라, 몸 관리도 꾸준히 해라, 학교는 재미있느냐 등 소소한 내용의 편지가 온다. 할아버지의 편지는 항상 ‘사랑하는 내 손녀 보아라.’로 시작하신다.

‘할아버지는 답장을 기다리는 기다림쟁이가 되고 말았다. 너희들 편지를 받으면 할아버지는 한 번 받을 때 마다 하루를 더 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내가 4학년 때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쓰신 편지 중 일부분 이다.

나는 이 편지를 7살, 할아버지께서 우리 집에 계시다가 청주로 떠난 다음 해부터 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서툰 글씨로 어렵게 할아버지께 보낼 편지를 쓰던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께 받은 편지만 해도 100여장 될 것이다. 이렇게 편지가 많다보니 어렸을 때 온 편지를 읽는 것도 큰 재미이다. 편지를 오래 주고 받다보니, 자부심이 생겼다. 할아버지와 손 편지를 주고받는 손녀는 얼마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이다. 집에서 열심히 쓴 편지를 문구점 앞에 있는 빨간 우체통에 놓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할아버지도 자부심을 느끼고 계시겠지?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고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사랑하는 손녀 정민이가 편지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