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아, 공부했니? 공부해야지. 얼른 씻고 공부하고 자. 학습지도 빨리하고.’
‘아, 알겠어. 잔소리 좀 그만해!’
‘이게 무슨 잔소리니, 다 너 잘 되라고 말하는 거지…’
우리 할머니 참 잔소리 많이 하죠? 그래서 난 할머니에게 잔소리 좀 줄여달라고 했지만, 할머니에겐 습관이 됐는지 고쳐지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얼마 전부터 할머니의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할머니가 답답하고 짜증도 더 많이 났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짜증도 많이 냈고요. 하지만 할머니는 웃으며 바로 미안하다고 말하곤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미국에 사는 이모가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돌봐달라고 할머니를 부르는 일이 생겼어요. 무려 3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미국에 가시게 된 거예요. 나는 솔직히 잔소리를 듣지 않을 생각에 기분이 좋은 거예요. 그렇다고 마냥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었고요. 서운한 마음도 들었어요. 이건 사실이에요.
저는 평소에 어른 프로그램 같은 걸 자주 봐서 비행기 추락 사건 같은 내용의 프로그램도 많이 보게 되는데 막상 제 가족이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갈 생각을 하니 걱정되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다행히 할머닌 미국에 잘 도착했고 전 3개월 동안 할머니 없이 생활하기 시작했죠. 좀 불편하긴 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지냈어요.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할머니를 드디어 만났어요. 그런데 다시 만난 할머니의 모습은 제가 생각한 모습과 많이 달랐어요. 저는 할머니가 내 부러움을 받으며 미국 구경을 하기도 했고, 영상 통화를 했을 때 힘들어 보이진 않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안색이 좋아졌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할머닌 아이 보는 게 힘드셨는지 살이 빠져계셨고 그 때문인지 키도 작아지신 것 같은 거예요. 더군다나 그사이 키가 더 자란 저와 키가 비슷해져 계셨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3개월 전에 짜증을 부렸던 게 떠올라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습니다. 미국에서 김치도 맘껏 못 먹고 맞지 않는 패스트푸드를 드셨을 할머니를 위해 일단 김치 요리를 엄마와 해드렸어요. 앞으로는 짜증도 내지 않고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에요.
이 글을 쓰면서 미안한 마음도 들고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나빠지는 건 당연한데 그걸 짜증 낸 저에게 부끄러운 감정도 많이 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할머니는 내 마음속의 네잎클로버라는 것은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