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바로 할머니를 못 만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할아버지는 계속 만난다. 그게 나는 너무 궁금했다. 뭔가 사연이 있긴 한데 누구한테 물어볼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엄마한테 물어보려고 했는데 엄마가 우사인 볼트처럼 엄마 방에 들어가 버려서 기회를 놓쳤다. 아마 아빠 눈치를 보셨던 것 같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엄마 방에 들어가서 용기를 내어 한 번 더 물어봤다.
“엄마, 우리한테는 왜 할머니가 없어? 혹시 돌아가셨어요?”
“아니.” “근데 왜…….”
내가 엄마한테 말하려던 찰나, 엄마는 급히 밖에 나가셨다. 그러고 나서 3분 뒤 엄마가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빠가 없을 때 이야기해 주신다고.
그리고 아빠가 출장하신 날에 엄마가 나한테 안방에 들어오라고 했다. 이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내가 안방에 들어가자마자 말을 꺼냈다.
“엄마, 할머니는 왜 없어요?”
“말해주려고 너 부른 거 아니야, 똑바로 앉고 들어!”
“네”
“사실 아빠는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늘 가슴이 아플 거야. 왜냐하면, 아빠께서는 부끄러우실 거야. 먼저, 엄마랑 아빠랑 결혼을 했잖아.”
“넹.”
“그 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돼. 엄마가 할머니 앞에서 밥을 차려주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엄마는 여기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 뒤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져. 아빠가 없을 때는 엄마를 막 때리고 그랬어. 처음만 그럴 줄 알았거든. 하지만 폭력이 계속 지속되자 엄마는 참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엄마가 뭐라 그랬는데요.” “엄마가 이렇게 인생을 살기 싫다고 그랬어. 그리고 이혼하자, 그랬지.”
그래서 아빠가
“어머니랑만 안 살면 되는 거지?
그럼 우리 어머니 안 만날 거니까
우리 같이 살자. 우리 애들도 있는데.”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래요? 알겠어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어머님 장례식장도 가지 말아요.”
엄마는 아빠께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 뒤로부터 엄마는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 앞에서 할머니 이야기는 되도록 하지 마. 아빠가 슬플 수도 있잖아.”
“네. 알겠어요.”
나는 엄마 얘기를 다 듣고 조용히 대답만 했다.
그 뒤로부터 나는 할머니 이야기를 안 꺼냈다. 아빠가 슬플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할머니는 왜 그랬을까? 할머니는 지금 어디에서 살고 계실까? 궁금하다. 그렇지만 더 이상 말하면 안 된다. 아빠도 슬프지만 나도 조금 슬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