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남짓 지난 지금, 매일 만지작거리며 내 손을 떠나지 않는 것이 바로 휴대전화다. 이런 날이 올지 내 어찌 알았을까. 언제부턴가 잠시라도 손에 없으면 마냥 허전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것이 주는 장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당장 소식 궁금한 사람에게 연결해 안부도 물을 수 있고 최근 심지어는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다니면서 이것이 길도 찾아주고 음악과 영화도 제공해 주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도 하고 쇼핑까지 할 수 있게 해주지만, 가끔 한 번씩 마음을 싸하게 만들며 드는 생각이 있다.
 

‘기다림’……휴대전화 그것이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중요한 것은 바로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아닐까 한다. 잘 생각해보면 기다림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참 많다. 기다리고 참으면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고 조금 더 준비할 수 있게 해주지 않는가. 헌데 휴대전화를 비롯한 ‘속도’를 중요시하는 많은 통신수단들이 발달하면서, 기다림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빼앗기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덕분에 무엇을 하든 결과도 빨리 나와야 하고, 빨리 성과를 얻어야 하고, 빠른 시간 내에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극단적으로는 범죄로 이어지기까지 하니 말이다.

내게 필요악이라고 여겨지는 휴대전화를 실수로 물 컵에 빠뜨리고 나서 느꼈던 묘한 해방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녀석이 고장나준 덕분에 누군가에게 꼭 연락이 되어야만 하는 의무도 사라졌고 누군가가 나를 찾을 때 꼭 응답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정당한(?) 핑계가 있었기에 가졌던 홀가분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빠른 편리함 때문에 조급해하면서 쫓기듯 살지 말고 그것을 누리면서 여유 있게 살아도 좋을 것 같다. 기다릴 줄 알고 돌아볼 줄 알면서 휴대전화를 통해 사람 냄새 나는 정을 나누는 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