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윤석중 문학상 심사소감

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과나무의 우화』

제12회 윤석중문학상 본심엔 동시집 3권과 동화집 2권이 올라왔다.

이 다섯 권의 동시. 동화집은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작품집이었다. 그러나 우리 두 심사위원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마음으로 또 한편으론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오랜 시간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끝에 이창건 동시집 『사과나무의 우화』를 제12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결정했다.

『사과나무의 우화』는 제목이 암시하듯 작품집에 담겨있는 대부분의 동시가 우화적인 기법을 가미, 우리 동시의 패턴을 바꾼 획기적인 동시집이다.

“새봄에는/ 피지 못하는 꽃은 없는지/ 날지 못하는 나비가 없는지/ 울지 못하는 새가 없는지/ 속속들이 헤아려 살피는/ 눈 하나 더 가져야겠다” 「나는 지금 봄의 입구」 라는 작품의 후반부에서 보듯 작은 것에 대한 배려와 함께 삶의 진정성을 내포하고 있어 우리를 영원으로 이끈다.

어떤 작품은 읽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기도하고 어떤 작품은 눈을 반짝이게 하기도 한다.

“시장 골목 앞에서 신문지를 펼쳐 놓고/ 냉이와 달래를 팔고 있는 할머니/ 그 할머니를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눈먼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골목에 바람이 붑니다/ 돌아와 이거 얼마예요 할머니/ 냉이 한 봉지 사 들고 봄 속을 걸어가는 눈먼 사람/ 비로소 그 사람이 봄눈을 뜹니다”「눈먼 사람」 후반부.

모름지기 시(동시)의 역할이 인간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정서와 위안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닌가 싶다.

어린이들에겐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운 동시라는 것을 감안하면서 우리 두 심사위원은 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과나무의 우화』는 윤석중문학상에 가장 걸맞은 동시집이라고 생각했다.

아동문학이 어린이들의 생각을 가둬두기보다 어린이들의 생각에 앞서 가야, 모든 문학작품의 으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교실에 갇혀있는 나비(아동문학)가 광활한 우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창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더 잘 듣는 자연의 말들을 나도 함께 듣고 옮겨 적었다”는 이창건 시인의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 동시문학의 새로운 길을 연 이창건 시인에게 큰 박수를 보내드린다.

*심사위원 : 오순택(동시인) 백승자(동화작가)